[아테네올림픽]유도 100kg급 銀 장성호 ‘절반의 성공’

  • 입력 2004년 8월 20일 0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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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맹공.’ 장성호가 19일 열린 유도 남자 100㎏급 결승에서 이하르 마카라우(벨로루시)를 매트에 쓰러뜨렸지만 ‘유효 선언’에 그치자 애절한 표정으로 심판을 쳐다보고 있다. 아테네=연합
‘안타까운 맹공.’ 장성호가 19일 열린 유도 남자 100㎏급 결승에서 이하르 마카라우(벨로루시)를 매트에 쓰러뜨렸지만 ‘유효 선언’에 그치자 애절한 표정으로 심판을 쳐다보고 있다. 아테네=연합
한국 남자 유도에서 100kg급은 ‘마의 체급’으로 불린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하형주 동아대 교수가 이 체급 금메달을 따낸 뒤 세계 정상과는 인연이 멀었다. 유도 종주국 일본과 유럽의 선수들에 비해 신체조건이 워낙 떨어져 제대로 힘 한번 써볼 수 없었기 때문.

하지만 ‘백곰’ 장성호(26·한국마사회)는 이런 한계를 깨뜨리며 새로운 가능성을 밝혔다.

19일 아테네 아노리오시아홀에서 열린 2004 아테네 올림픽 남자 100kg급 결승. 장성호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3위인 이하르 마카라우(25·벨로루시)와 지도를 한 차례 주고받은 뒤 경기 종료 1분21초 전 다리들어메치기로 절반을 내줬다. 비록 ‘제2의 하형주’가 되는 데는 실패했지만 값진 은메달이었다.

당초 장성호는 이 체급에서 메달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챔피언이면서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에 빛나는 동갑내기 천적 이노우에 고세이(일본)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 이노우에에겐 99파리오픈과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잇따라 패하는 등 상대전적에서 3전 전패.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장성호에게 미소를 보냈다. 준비가 부족했던지 몸놀림이 둔해 보인 이노우에가 8강전에서 어이없게 한판패로 무너진 것. 장성호는 또 4강 상대로 예상된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2위인 기슬랭 르메르(프랑스)가 8강전에서 패하는 행운까지 겹쳤다.

장성호는 1회전을 삼각 누르기 한판승으로 가볍게 통과한 뒤 2회전(16강전)에서 라디 퍼거슨(미국)을 맞아 안다리 효과로 우세승을 거뒀다.

올해 유럽선수권대회를 2연패한 강호 아리엘 지비(이스라엘)와 맞붙은 8강전은 최대 고비. 경기 초반 잡기 싸움을 하다 코를 할퀴어 피가 나면서 붕대를 두르고 나온 지비에게 먼저 업어치기로 절반을 내주더니 종료 1분31초 전 유효까지 빼앗겼다. 이 위기에서 장성호는 종료 46초 전 승부수를 던져 호쾌한 뒤집기 한판승을 뽑아냈다. 상대에게 들어메치기를 내주는 척하다 역습을 노려 거꾸로 다리잡아들어메치기로 승리를 낚은 것. 여세를 몰아 준결승에선 미카엘 유라크(독일)를 경기 시작 1분36초 만에 안뒤축걸기에 이은 오금잡아메치기 한판승으로 따돌리며 결승전에 올랐다.

아테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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