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다한 아름다운 밤” 함성

  • 입력 2002년 6월 29일 17시 47분


“혈맹의 우정 영원하라” [연합]
“혈맹의 우정 영원하라” [연합]

‘최선을 다한 아름다운 밤이었다.’

한국과 터키의 월드컵 3, 4위전이 열린 29일 갑자기 날아든 ‘서해교전’ 비보에도 불구하고 전국은 붉은 함성으로 휩싸였다.

시민들은 “비록 2-3으로 아쉽게 패했지만 최선을 다해 4강 신화를 이룩한 태극전사들이 자랑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들은 특히 “경기가 끝난 뒤 터키 선수들과 함께 보여준 장면은 평화와 화합을 기원하는 우리 민족의 메시지를 전세계에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국에서는 모두 210만여명의 시민이 거리응원에 나섰으며 경기 종료 후에도 “대∼한민국”을 외치는 사람들로 밤새도록 떠들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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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종로와 시청 앞 등 곳곳에 모인 100여만명의 시민들은 한국팀의 월드컵 마지막 경기를 못내 아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거리응원에 나선 시민들은 경기 시작 전에 서해교전으로 순국한 장병들을 위해 묵념을 올렸으며 ‘오 필승 코리아’ 대신 ‘오 피스(peace) 코리아’를 외치기도 했다.

시청 앞에 나온 회사원 계명국씨(28·서울 동작구 상도동)는 “승패를 떠난 축제의 장이었다”며 “특히 경기가 끝난 뒤 양국 선수들이 손에 손을 잡고 관중에게 인사하는 장면은 월드컵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동호회 ‘터키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200여명도 이날 시청 앞에서 양국 국기를 흔들며 열렬히 응원했다.

회원 조유진씨(26·여)는 “한국과 터키는 오랜 우방인 만큼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은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경기가 끝난 뒤 세종로 동아일보 앞과 여의도 시민공원 야외무대 등 곳곳에서 벌어진 불꽃축제를 즐겼다. 세종로에서 거리응원을 한 사람들은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과 애국가를 함께 부르며 30일로 끝나는 월드컵 대회의 아쉬움을 달랬다.

▼지방▼

축제의 분위기는 전국 어디서나 비슷했다.

부산에서는 이날 ‘월드컵 첫승’을 이뤄낸 아시아드주경기장 등에 13만명이 모여 힘찬 응원전을 펼쳤으며 경기 종료 후 시민들은 기념사진을 찍으며 아쉬워했다.

광주 금남로 전남도청 앞 광장에 모인 2만여명의 시민들도 “아쉽지만 잘 싸웠다”며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일부 시민들은 준비한 축포를 터뜨리고 어깨동무를 한 채 기차놀이를 하는 등 축제를 즐겼다.

경기도에서도 수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도시에서 모두 22만여명의 시민이 거리에 나와 열띤 응원을 펼쳤으며 강원도에서도 3만여명의 시민이 거리응원을 펼쳤다.

반면 인천에서는 서해교전의 여파로 거리응원 인파가 크게 줄었고 조업이 중단된 연평도를 비롯한 서해 섬 주민들은 집단응원은 생략한 채 집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봤다.

연평도 주민 신승원(申承元·63)씨는 “한국팀이 월드컵 경기에서 승승장구하면서 섬마을도 축제 분위기였지만 교전 사태가 찬물을 끼얹어 모두들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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