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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5월 26일 22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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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26분 프랑스 골네트가 크게 출렁거렸다. 동시에 4만여 관중이 꽉 들어찬 스탠드에선 ‘대한민국’을 외치는 우레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경기 전만 해도 한국이 세계최강 프랑스 골문에 골을 넣을 수 있다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이날 한국은 한 골이 아쉬운 듯 또 한번 프랑스 골네트를 흔들었다.
불과 1년 전 프랑스에 0-5로 대패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더구나 이날 프랑스팀은 1년 전과 달리 지네딘 지단까지 가세해 명실공히 ‘세계 축구 황제’의 위용을 갖추고 있었다.
한국이 2-3으로 한골차 석패를 했지만 승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용면에선 한국이 오히려 주도권을 쥔 시간이 더 많았다.
천재 미드필더 지단의 ‘킬링 패스’는 그라운드 전역에서 가해지는 한국의 강력한 압박에 빛을 잃었고 올시즌 세리에A(이탈리아 1부리그) 득점왕 다비드 트레제게,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 1부리그) 득점왕 티에리 앙리, 프랑스 1부리그 득점 2위 지브릴 시세의 가공할 화력도 홍명보와 유상철이 번갈아 중심에 선 한국의 수비라인에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스코틀랜드전 압승, 잉글랜드전 무승부 등 최근 7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기록,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한국은 세계 최고의 수문장 파비앵 바르테즈가 버틴 프랑스 골문에 2골을 차 넣는 ‘반란’을 일으켰다.
전반 26분 볼을 몰고 나오던 김남일이 센터서클 왼쪽에서 최전방에 있던 박지성의 발 앞에 뚝 떨어지는 센터링을 올렸고 박지성은 곧바로 상대 수비를 따돌리며 강한 왼발슛으로 첫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한국은 전반 41분 다시 상대 엔드라인 왼쪽을 파고들던 설기현이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프리킥을 얻어내며 얻은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이영표의 발을 낮고 강하게 떠난 볼을 설기현이 다이빙하며 머리로 받아 넣어 역전골을 성공시킨 것.
첫 골은 프랑스의 몫이었다. 왼쪽 날개 앙리의 정확한 센터링을 트레제게가 논스톱 오른발 가위차기 킥으로 차 넣은 것.
전반 종료 직전 역전을 당한 프랑스의 후반 공격은 매서웠다. 앙리와 교체투입돼 후반전부터 나선 뒤가리가 8분 프리킥을 얻어냈고 조르카에프가 찬 센터링을 다시 뒤가리가 헤딩슛,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이후 팽팽한 접전 끝에 프랑스가 후반 44분 문전까지 쇄도한 중앙 수비수 르뵈프가 결승골을 뽑아 최강의 자존심을 간신히 살렸다.
수원〓특별취재반
<특별취재반>
▽스포츠레저부〓김상호 배극인 김상수 김종석 양종구 황진영기자
▽사진부〓김경제 차장대우 김동주 이훈구 변영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