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체전]"키워주신 수녀님께 이 메달을"

  • 입력 2001년 2월 22일 18시 33분


부산 알레이시오 기계공고 수녀 교사들이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한 민철곤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
부산 알레이시오 기계공고 수녀 교사들이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한 민철곤 선수를 응원하고 있다.
‘설원의 마라톤’ 크로스컨트리.

묵직한 스키 장비를 발에 매단 채 길 없는 길을 헤치고 나가는 이 종목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는 거리가 멀지만 인간 승리의 표본으로 평가받고 있다.

22일 제82회 전국동계체육대회 크로스컨트리 경기가 열린 강원도립경기장. 하얀 눈밭에 검정색 수녀복 차림의 수녀 2명이 나란히 선 채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응원을 받은 주인공은 부산대표로 출전한 알레이시오 중학교와 기계공고 선수들. 수녀들의 간절한 기도 덕분인지 알레이시오 중학교는 20㎞계주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알레이시오 기계공고도 40㎞계주 3위에 올라 스키 볼모지 부산에 값진 메달을 안겼다. 전날 알레이시오 출신인 윤수아가 남자일반부 15㎞클래식에서 동메달을 따낸 데 이은 감격이었다.

알레이시오 중고교는 고아들을 위해 마리아수녀원이 운영하는 학교. 93년 학생들의 정신교육 차원에서 크로스컨트리팀을 창단했고 학생들은 열악한 훈련 조건에도 불구하고 부모 없는 설움을 달래듯 훈련에 매진했다.

학생들의 땀방울은 간절했던만큼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94년 동계체전에 첫 참가해 97년 동메달 1개를 처음 따냈고 이번 대회에서 작지만 소중한 꽃을 피운 것.

이호종 알레이시오 감독은 “학생들이 크로스컨트리를 통해 올곧게 자라주는 것만도 고마운데 메달까지 따내니 대견스럽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한편 이날 동계유니버시아드 2관왕 안상미는 쇼트트랙 2관왕에 올랐다. 전날 3000m에서 우승했던 안상미(대구·계명대)는 태릉빙상장에서 열린 대회 쇼트트랙 여자대학부 500m에서 다른 선수들이 모두 기권하는 바람에 49초380로 손쉽게 금메달을 추가했다.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대학부 1000m에서는 국가대표 조선연(강원·한국체대)이 1분23초87로 1위를 차지해 전날 500m에 이어 또다시 우승했다.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스키에서는 전날 슈퍼대회전에서 우승했던 허승욱(경기)이 대회전 일반부에서도 합계 2분34초40을 기록해 최문성(2분39초89·강원)을 따돌리고 금메달을 추가했다.

<배극인기자·평창연합>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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