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시드니 방학 당겨지고 도로 곳곳 폐쇄

  • 입력 2000년 9월 13일 18시 27분


“올림픽 때문에 시드니 사람들의 생활이 많이 변했어요. 아이들 방학이 앞당겨지고 도로는 폐쇄되는 곳도 많고….”

시드니 북부, 전형적인 중산층 백인들이 많은 웨스트 핌불에 사는 스테이시 호스트(34·주부)는 올림픽으로 인한 갑작스런 생활의 변화에 어리둥절하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화는 같은 초등학교 5학년과 2학년인 큰 딸 재클린과 둘째 딸 캐더린의 봄방학이 예년보다 일찍 시작됐고 기간도 늘어났다는 것. 시드니의 모든 초중고등학교는 11일 일제히 방학을 시작했으며 기간도 2주에서 3주로 늘어났다.

호스트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면 책도 읽고 집안 일도 할 수 있었는데 올림픽이 끝날때까지는 아이들 뒷바라지에 정신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통상 10월말부터 시작하는 써머타임도 올해에는 올림픽 때문에 8월말부터 시작돼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시간도 1시간이 길어진 셈이다. 아시아지역을 총괄하는 코카콜라 호주법인에 IT(정보통신기술) 전문가로 일하는 남편 리처드가 필리핀으로 출장가 있어 더욱 걱정이 크다.

평소 전업주부인 호스트를 부러워하던 맞벌이 친구들과의 관계도 올림픽으로 역전됐다. 호주 가정은 대부분 맞벌이를 하는데 시드니의 많은 업체들이 올림픽 기간중 직원들의 휴가를 권장하면서 집에서 쉬거나 가족들과 여행을 가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

호주 4대 은행중 하나인 웨스트팩에 다니는 크리스티 펙은 팀원 8명중 절반인 4명이 올림픽에 맞춰 2∼3주간의 휴가를 받았다. 웨스트팩 직원들은 1년동안 4주의 휴가를 쓸 수 있지만 팀원들의 휴가가 서로 겹치지 않도록 팀장이 사전에 조정하는 것이 관례. 하지만 이번에는 회사에서 총 직원 수의 3분의 1 한도내에서 원하는 모든 직원들에게 휴가를 허용하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시내 도로들이 폐쇄되고 관광객과 교통량이 많아지면 업무 효율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이유. 남아있는 직원들도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펙은 말했다.

호스트의 생활이 달라진 또 한가지는 도심의 주요 도로들이 폐쇄되면서 시내에 자주 나가지 않게됐다는 것. 시드니시는 관광객 등 보행자의 안전과 편리를 위해 13일부터 조지스트리트와 피트스티리트 등 대로는 물론 대부분의 도심 도로를 폐쇄했다. 또한 길가 유료 주정차가 허용되는 도로도 9월초부터 제한하기 시작해 이번주부터는 대부분의 도로에서 올림픽 관계차량을 제외한 모든 차량의 노상 주차를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운전자들은 비싼 주차요금을 물리는 건물내 주차장으로 들어가거나 버스 전철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도심 길가의 상가들은 이 때문에 매상이 뚝 떨어졌다고 울상을 짓기도 한다.

호스트는 여러 가지 달라진 생활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세계인의 축제를 바로 옆에서 지켜본다는 게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아이들에게도 인내와 도전정신을 가르칠 기회도 될 것같아 체조와 육상경기 입장권도 이미 구입해뒀어요.”

호스트는 평소 아이들에게 정직과 함께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가르친다며 이렇게 말했다.

<시드니〓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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