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달인' 이주형-장형 형제 "시드니 같이 갑니다"

  • 입력 2000년 7월 14일 18시 34분


‘형제는 용감했다.’

국내 체조 사상 처음으로 형제가 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14일 태릉선수촌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시드니올림픽 파견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형 이주형(27)과 동생 이장형(26·이상 대구은행)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며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국내 남자체조의 간판스타인 이주형은 주종목인 평행봉에서 9.75로 최고점수를 받는 등 6종목에서 고른 실력을 펼쳐 종합점수 56.825점으로 1위에 올랐고 동생 이장형 역시 안마에서 9.55로 1위를 하는 등 6종목 종합점수 55.475로 2위를 차지했다.

이주형은 평행봉 부문에서 세계정상에 올라있는 선수. 평행봉에서 최고급 난도인 ‘SE(슈퍼 E난도)’에 해당하는 기술인 ‘모리스에 파이크드’를 완벽하게 구사하며 지난해 10월 중국 톈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기량면에서 완숙기에 접어들어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에 사상 첫 체조에서 금메달을 따낼 것으로 기대되는 간판스타.

동생 이장형 역시 96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형과 함께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대표팀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안마가 주종목이지만 형에 비해선 그리 빛을 보진 못했다.

이 둘은 94년과 98년 아시아경기대회와 97년 9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나란히 출전하긴 했지만 동생이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국가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해 함께 올림픽에 나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

연년생인 이들은 대구 명덕초등학교에서 체조를 시작했다. 형이 4학년 때 먼저 체조를 배우기 시작했고 형이 하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한 동생이 이듬해부터 선수로 입문했다.

이주형은 “매일 동생이 집에 늦게 들어왔다. 어머니가 동생을 찾아오라고 해 학교에 가보면 항상 체육관에서 혼자 놀고있었다. 이를 본 체육선생님이 권유해 동생도 체조를 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태릉선수촌에선 룸메이트가 아니라는 이들은 “대구에 계신 어머니(이귀자씨·58)에게 먼저 전화를 드리고 싶다. 같이 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돼 너무 기쁘고 함께 좋은 성적을 올렸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열린 최종선발전에선 이주형과 이장형 외에 조성민(24·전북도청)과 김동화(24·울산중구청)가 3, 4위로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단체전 예선에서 탈락해 개인전 한명만 나갈 수 있게 된 여자부에선 최미선(20·한국체대)이 선발됐다.

한편 뜀틀의 간판스타 여홍철은 종합점수 53.80으로 8위에 그쳤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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