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2000]유고-슬로베니아 '승자없는 축구전쟁 '

  • 입력 2000년 6월 14일 06시 58분


우리는 하나?
우리는 하나?
분단 50년만에 처음으로 남·북 정상이 손에손을 잡고 평화무드를 조성하고있는 한반도와는 달리 민족간 끊임없는 반목과 질시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 같은 발칸반도.

발칸의 맹주 유고와 91년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인구 198만의 소국 슬로베니아가 '한판 전쟁'을 벌였다.

이름하여 '축구전쟁'.

14일새벽 벨기에 샤를루와의 스테이드 커뮤널 스타디움.

'유로2000' C조 예선을 치르기위해 그라운드에 나선 양국 선수들의 표정엔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경기는 예상되로 치열했다.양국이 저지른 파울만 47개.

초반 주도권은 예상외로 슬로베니아가 잡았다.슬로베니아는 전반 23분 자호비치(29.그리스의 올림피아 코스)의 헤딩슛으로 선취골을 뽑았다. 상승세를 탄 슬로베니아의 공세는 폭풍우 처럼 거셌다. 후반 7분 자호비치의 프리킥을 파블린이 헤딩슛으로 연결,점수차를 벌인 슬로베니아는 5분후 자호비치가 자신의 두번째 골까지 성공시키며 3-0으로 앞서 승리를 굳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후반 15분 유고의 미하일로비치가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경기양상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개막직전 "대표팀이 너무 느리고 구닥다리스타일의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맹비난, 유고 대표팀을 내분으로 몰고갔던 미하일로비치. 공교롭게 그의 퇴장은 숫적 열세까지 더해진 유고선수들의 위기의식을 일깨워 단합을 이끌어냈다.3실점 할 동안 그렇게도 손발이 안맞던 유고의 조직력은 순식간에 되살아났다.

후반 22분 밀로셰비치(27.스페인 사라고사)의 만회골을 신호탄으로 25분 드룰로비치(32.포루투갈의 포르투),30분 다시 밀로셰비치의 골이 잇달아 터졌다. 불과 5분만에 3골을 따라붙어 3-3 동점을 만든 것 이다. 축구에서 팀워크가 얼마나 중요한 것 인지를일깨워 주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양국은 이후 소득없는 소모전만을 벌이다 결국 3대3 무승부로 경기를 마감했다.

90분간의 축구전쟁을 끝내고 일시적인 휴전에 들어간 유고와 슬로베니아. 그러나 휴전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다.왜냐하면 양국 모두 결승에 진출해야만 다시한번 '한판전쟁'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해식/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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