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사장단 "선수협 먼저 해체하라" 대화 거부

  • 입력 2000년 1월 31일 20시 01분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 문제를 놓고 모처럼 감돌던 대화 분위기에 8개구단 사장단이 다시 찬물을 끼얹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1일 사장단 간담회를 갖고 현재의 선수협을 해체하지 않는 한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고 규약에 따라 가입선수의 신분 문제를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KBO는 간담회 결정사항을 즉시 선수협에 통보하고 각 구단은 선수들의 의무참가활동기간인 2월1일 이후 구단 합동훈련에 참가하지 않는 선수는 지난해 연봉의 300분의 1씩을 매일 감액하기로 했다.

또한 각 구단은 선수협 가입 선수들이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경우에도 선수협을 탈퇴하기 전에는 훈련참가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선수협 가입선수들의 훈련참여는 사실상 ‘원천봉쇄’된 셈이다.

이상국 KBO 사무총장은 “선수 계약서에는 ‘구단에 해가 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서명운동과 시민단체와의 연계 등 현재 가입선수들의 활동은 명백히 구단에 불이익을 끼치는 행위라고 판단되기 때문에 탈퇴하기 전까지는 훈련에 참가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사장단은 또 향후 선수협 가입선수들이 더이상 선수 활동을 희망하지 않는다고 자체 판단될 경우 임의탈퇴선수로 공시 신청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KBO는 이틀전인 29일 선수협 집행부를 처음 만나는 등 변화 가능성을 보였으나 이날 사장단이 “더이상 대화할 여지가 없다”고 결정함에 따라 향후 선수협과 타협점을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이날 간담회에선 선수협에 가입한 16명을 제외한 쌍방울 선수와 전 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구단 활동비용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이날 오전 자민련 당사를 방문, 이한동 총재권한대행과 만나 정치권의 도움을 요청한 선수협은 오후엔 서울 잠신중학교에서 자체 훈련을 한뒤 ‘민주화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관계자들을 만나 법적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선수협에는 롯데 문동환이 합류하고 쌍방울 김호 김기덕 양용모 장재중 박진석, 한화 이영우 이상목 송지만 김경원, 두산 이경필이 이탈해 가입선수는 39명으로 줄어들었다.

구단별로는 쌍방울이 16명으로 여전히 가장 많고 두산 8, LG 5, 한화 4, 롯데 해태 각 3명이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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