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기록보다 선수가 먼저다

  • 입력 1999년 9월 28일 18시 50분


4경기를 남겨놓은 삼성의 임창용은 50세이브포인트(SP), 5경기를 남겨놓은 두산의 진필중은 49SP. 과연 누가 구원왕에 오를 것인가.

구원왕은 어쩌면 기록의 야구에서 가장 큰 모순을 내포한 부문. 세이브와 구원승의 기록은 경우에 따라 얼마든지 요술을 부릴 수도 있다. 투수의 능력과 상관없이 덤으로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26일 나고야돔구장은 9회초 선동렬이 팀의 2―1 리드를 지키려 나왔다가 3점홈런을 허용, 탄식이 터져나왔으나 곧이어 동료 야마자키의 극적인 3점 끝내기홈런으로 5―4로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면서 선동렬은 쑥스럽게 첫구원승을 거두며 SP 1개를 추가했다. 이 경우 선동렬의 구원승은 어떻게 설명해야만 할까.

현재 일본의 구원부문 1위들이 28, 29SP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투수들의 초인적인 체력과 강한 정신력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달콤한 신기록 속엔 뜻밖의 함정이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90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바비 식펜은 메이저리그 신기록인 61SP를 기록하고 이듬해에 22세이브를 올린 뒤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우리는 이 일화에서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

비때문에 경기가 연기돼 다행이다. 특급 소방수들이 물탱크에 물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기회를 가졌기 때문. 그만큼 부상 위험이 줄어들었다.

지나친 경쟁으로 선수들의 수명이 단축되는 일은 없어야겠다. 물탱크에 물이 없으면 아무리 뛰어난 소방수라도 물을 뿌릴 수 없지 않은가.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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