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동업자 정신」어디갔나?

  • 입력 1998년 6월 30일 20시 07분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 29일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올시즌은 사실상 끝났다는 얘기다. 답답한 살림살이에 지친 팬들로선 “이젠 무슨 재미로 사는가”란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그런데 가해자인 한신 타이거스 투수 가와지리가 팀의 관리부장과 함께 이종범의 집을 직접 찾아가 사과한 점은 결코 예사롭게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가와지리는 이번 사건이 고의가 아니었음에도 다음날 주니치 드래건스 호시노감독에게, 그 다음날에는 이종범에게 예의를 갖췄다.

이게 바로 동업자 정신이다. 이 조그만 일이 필자에게 한없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순전히 우리 현실 탓이리라.

우리 구단들은 그동안 입으로는 서로 동업자임을 강조했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과연 이 말이 사실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았다.

서로 이해관계가 다를 때마다 불거져나오는 구단간의 불협화음을 보노라면 ‘함께 잘되기’보다는 ‘못돼도 좋으니 함께 죽자’는 생각이 앞서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미 야구계엔 빨간 불이 들어왔다. 아마야구는 심판로비 진학문제 등으로 집행부가 사의를 밝혔고 관중없는 프로야구는 파리만 날리고 있다.

그럼에도 책임을 지고 사태를 해결할 사람은 보이지 않고 있다. 산더미같은 현안을 하루 빨리 해결하지 않는 한 빨간 불은 결코 파란 불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

허구연(야구해설가)kseven@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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