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야 IMF때문에 당장 생활에 타격을 입진 않죠. 하지만 취직이 안되니 요즘엔 대학원 조교자리도 경쟁이 치열해요.”
강원도 횡계 청태산자연휴양림에서 만난 중앙대 경영학과 졸업반 학생들. 취업을 앞둔 그들을 보는 서기석씨의 마음은 안쓰러움이 앞선다. 캔맥주를 앞에 두고 휴양림에서 가진 뒤풀이자리. 낯선 어른이 어려워 입을 떼지 못하던 학생들이 분위기가 풀어지자 한 두마디씩 한다.
“우리 세대가 아낄줄 모른다, 힘든것 싫어한다고 걱정하는 어른들이 많지요. 사실 그런 학생들은 일부에 불과해요. 90년대들어 대학생들간의 빈부격차가 얼마나 깊어졌는데요. 가난한 애들은 4년내내 수영장 한번 못가고 부잣집 애들은 자가용 끌고 다니며 어학연수 가고.”
IMF사태를 보는 시각도 제각각이다.
“창의력을 키우지 않는 경쟁력 없는 교육부터 뜯어 고쳐야 해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만 달성하면 선(善)인 우리 사회와 ‘공정한 게임의 룰’을 최고로 여기는 선진국 사회의 차이가 IMF를 낳았다고 볼 수도 있죠.”
당사자들에겐 안됐지만 정리해고도 구세대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묵묵히 듣고 있던 서씨가 당부하듯 말을 맺는다.
“미친듯 앞만 보고 치닫는 사회에 휩쓸리지 말고 꿋꿋이 고집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세상일이란 빛과 그림자가 반반씩이라는 것을 실직하고서야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주눅들지 말고 꿋꿋하게 자기삶을 꾸려나가길 바라요.”
〈허문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