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예선과 LA다저스의 박찬호 야구 중계 등 스포츠 이벤트를 둘러싼 TV 3사의 갈등이 갈수록 커질 조짐이다. 주요 스포츠 이벤트마다 구성해온 합동방송단 「코리아 풀」도 무너질 것으로 보인다.
MBC의 월드컵 지역예선 단독 중계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방송사들은 지금까지 국내외 주요 경기 때마다 「코리아 풀」을 구성, 공동중계하거나 돌아가며 방송을 내보내왔으나 월드컵 축구 중계를 MBC가 독점계약한 것. 이에 맞서 KBS와 SBS는 독자적인 「코리아 풀」의 구성을 추진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봉희 KBS스포츠국장은 『월드컵 중계에서 TV3사를 대표한 협상권을 지녔던 MBC가 단독중계를 맡은 것은 상식에 어긋난 일』이라며 『앞으로 스포츠경기에서 MBC를 제외한채 SBS 스포츠케이블TV와 공동중계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세호 SBS스포츠제작본부장도 『국민적 관심사인 월드컵 축구의 단독중계가 계속될 경우 다른 경기에서 MBC 배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 이같은 신경전이 본격화되기 이전에 계약된 98월드컵 본선과 올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예정대로 공동중계된다. 방송3사는 이미 경남 창원 등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체전을 개별적으로 중계하고 있다. 또 11월 선동렬이 소속된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의 2차례 방한 경기도 KBS SBS가 공동으로 한경기씩 중계한다. 내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은 물론 SBS가 회장사로 있는 프로농구, KBS가 줄곧 중계해 기득권을 갖고 있는 배구대제전에서도 MBC를 배제할 방침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MBC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KBS측이 자금력을 앞세워 주요 경기를 독점해 온 게 이번 마찰의 원인』이라며 타 방송사의 반발을 일축하고 있다.
이같은 월드컵 단독 중계에는 전파 낭비를 막는다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코리아 풀」의 붕괴로 2개의 협상채널이 등장할 경우 중계권료의 인상과 인력 장비의 낭비가 불가피, 시청자가 부담을 떠안게 될 우려가 크다. 최근 시청자 모니터단체는 월드컵 중계를 독점한 MBC가 뉴스시간에 월드컵 관련 기사를 절반이상이나 내보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