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전 아테네에서 막을 내린 97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선 단 한개의 세계신기록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사흘뒤인 14일 스위스에서 개막한 97취리히그랑프리육상대회는 첫날부터 3개의 세계신기록을 토해내며 「기록풍년」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깨진 세계최고기록은 가장 오래된 기록중 하나인 남자 8백m와 5천m 및 3천m 장애물.
케냐출신의 윌슨 킵케터(덴마크)는 남자 8백m 결승에서 1분41초24를 기록, 올초 자신이 한차례 타이를 이룬 세바스천 코(1분41초73·영국)의 16년 묵은 기록을 갈아치웠다.
장거리의 일인자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도 5천m에서 12분41초86으로 골인, 종전기록을 2초53이나 앞당겼다. 종전 세계기록은 95년 자신이 세웠던 12분44초39.
또 윌슨 보이트 킵케터(케냐)는 3천m 장애물 경기에서 7분59초08을 기록, 팀선배 모제스 킵타누이가 95년 세운 세계기록(7분59초18)을 0.10초 앞당겼다.
이번 대회는 아테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놓친 선수들의 설욕의 무대이기도 하다.
여자 1백m에선 「흑진주」 멀린 오티(자메이카)가 10초96으로 97세계선수권자인 매리언 존스(10초97·미국)를 0.01초차로 누르고 우승했다. 오티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선 7위에 그쳤었다.
「만년 2인자」 프랭키 프레데릭스(나미비아)도 남자1백m에서 9초98로 올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인 모리스 그린(9초99·미국)을 0.01초차로 뿌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8백m에선 마리아 무톨라(모잠비크)가 1분56초36을 기록, 세계선수권대회 2연패의 기쁨이 채 가시지 않은 「철의 여인」 안나 퀴롯(1분56초47·쿠바)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남자 4백m의 제왕 마이클 존슨(미국)은 왼쪽 다리부상에도 44초31로 팀후배 타이리 워싱턴(44초38)을 밀어내며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연속우승, 세계 정상의 자리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