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백두산트레킹]식물박사 김태정씨가 탐사한 서쪽능선

  • 입력 1997년 8월 14일 07시 41분


들꽃을 찾아 한국의 산과 들녘을 찾아 헤맨지 27년. 야생화 연구로는 대가에 오른 김태정박사(55·한국야생화연구소장)가 최근 백두산 서쪽능선을 처음 답사하고 돌아왔다. 『엄청납니다. 천지북쪽(천활봉쪽)도 두차례 다녀왔지만 서쪽과 비교하면 요즘 아이들말로 「게임」이 안됩니다』 지난 6일 백두산에서 돌아온 김박사는 서울 낙원동 연구소에서 탐사팀이 촬영한 백두산 사진을 들여다보며 다시 한번 감탄했다. 『진짜 원시림이 무엇인지 서쪽능선의 수해를 보고야 알게 됐습니다. 수목한계선(해발 1,900∼2,000m) 아래 5백㎞이상 펼쳐진 능선에 들어선 사스래나무와 이깔나무 숲이 3백㎞를 가도 끝나지 않더군요』 이 원시림 덕분에 백두산에는 폭우가 오거나 가뭄이 들어도 그 아래 계곡이 넘치거나 마르는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서쪽능선 탐사에서 얻은 수확이라면 북쪽능선과 다른 식물상을 눈으로 확인한 것. 『양쪽 모두 제각각 특성이 있지만 광대한 구릉이 펼쳐지는 서쪽의 식물상이 훨씬 다양하고 군락지 규모도 컸다』고. 그는 『15일간 야영만 했는데 백두산의 기를 받은 탓인지 전혀 피로를 느낄 수 없었다』면서 『특히 온천욕 한번으로 습진을 없애준 진주온천은 생각할수록 기특하다』고 말했다. 그는 서쪽 능선 트레킹코스가 『백두산의 야생화는 물론 원시의 자연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어 좋다』고 소개.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꽃은 대략 6천종. 그중 2천종이 북한땅에 있다. 그 꽃을 하나도 빼지 않고 다 알고 그 이름을 외우는 김박사. 『하늘매발톱 각시원추리 날개하늘나리…. 이 얼마나 예쁜 이름입니까. 구름국화라든가 두메양귀비 등 「구름」이나 「두메」가 붙는 꽃은 모두 고산지대의 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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