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브리티시오픈 출전엔트리는 현재의 1백56명에서 1백20명으로 줄이자」.
이는 올 브리티시오픈이 끝난 직후 대회주최측인 영국왕실골프협회(R&A)의 대회결산 평가회의에서 논의된 사안.
대회기간에 「늑장플레이」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3명이 한 조가 돼 치른 97브리티시오픈 예선 1, 2라운드에서 허용한 최대 경기시간은 4시간20분.
하지만 대부분 4시간반을 넘었고 5시간을 넘긴 조도 두 팀이나 있었다.
그 두 팀이 바로 악명높은 「거북골퍼」 닉 팔도(영국)와 베른하르트 랑거(독일)가 속한 조였다.
팔도와 예선에서 같은 조로 라운딩했던 닉 프라이스(짐바브웨)가 첫라운드한 파4홀 페어웨이 벙커에서 2타만에 빠져나오며 무려 3타를 치는 동안 팔도는 아직 사용할 골프채조차 뽑아들지 않은 상태였다.
랑거가 속한 조에는 설상가상으로 「느림보골퍼」로 결코 다른선수에게 뒤지지 않는 「슈퍼스타」 타이거 우즈(미국)가 포함돼 있었다.
이 두 선수와 함께 플레이한 95미국PGA챔피언십 우승자 스티브 엘킹턴(호주)도 예선탈락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R&A는 지난해 늑장플레이에 대한 벌칙을 강화, 사전경고 없이 1벌타를 주고 두번째 위반때는 2벌타, 세번째 위반때는 실격시킬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문제는 메이저대회에서 우즈나 팔도 랑거같은 유명스타에게 감히 벌타를 주거나 실격시킬 수 있는 배짱을 가진 경기위원이 없다는 것.
이런 「속사정」 때문에 R&A는 출전선수 숫자를 지난 64년대회 수준인 1백20명으로 축소하는 방안까지 검토중인 것이다.
〈안영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