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더미가 순식간에 덮친다”…풍수해 인명피해 1위는 산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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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극한호우·복합 재해로 산청 10명 등 사망 17명·실종 11명
산불과 달리 육안 확인 어려워…토사 시속 40~50㎞, 확인 뒤 대피 불가

경남 산청군 산청읍 외정마을에 폭우와 산사태로 토사가 흘러내려 주택 등이 파손되는 등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2025.7.20 뉴스1
경남 산청군 산청읍 외정마을에 폭우와 산사태로 토사가 흘러내려 주택 등이 파손되는 등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2025.7.20 뉴스1
기후변화로 극한호우가 잦아지면서 산사태가 풍수해 인명피해의 최대 원인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산사태는 눈으로 확인한 뒤에는 대피가 어려운 만큼, 호우경보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주민을 이동시키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9일까지 전국에 장맛비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되면서 산림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예상 누적 강수량은 수도권 최대 150㎜ 이상, 충청·전북 200㎜ 이상, 경상권 150㎜ 이상이다. 중부지방에서는 정체전선이 남북으로 오르내리면서 충청권과 전북을 중심으로 시간당 50㎜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산림청의 ‘산사태 제대로 알기’ 자료에 따르면 기후변화 영향으로 시간당 강수량 50㎜ 이상 폭우 발생 횟수는 1970년대 연평균 7.1회에서 2000년대 18.0회로 지난 30년간 2.5배 이상 증가했다. 국지성 집중호우도 늘면서 산사태 피해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경사가 급한 산지가 많고 토양 응집력이 낮은 마사토 지형이 많아 산사태에 취약하다. 여기에 산림이 울창해지면서 토심이 깊어지고 계곡 퇴적물이 쌓이는 등 산림환경 변화까지 더해져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정부(행정안전부) 공식 발표에 따르면 최근 10년(2016~2025년) 풍수해로 숨지거나 실종된 199명 가운데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는 85명(42.7%)으로 가장 많았다. 하천 재해 64명, 지하공간 침수 37명보다 높은 수치다.

산사태 인명피해는 극한호우가 집중된 특정 연도에 대형 피해가 발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2025년 여름 극한호우와 복합 재해로 사망 17명, 실종 11명이 발생했다. 경남 산청에서는 10명이 숨졌고 경기 가평, 충남 서산 등에서도 매몰 사고가 잇따랐다. 산불 피해 지역의 지반 약화가 대형 산사태로 이어진 복합 재해 성격이 강했다.

2023년에는 경북·충청권 집중호우로 13명이 숨졌다. 장마철 전국 강수량이 관측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경북 예천·영주·봉화 등 산간 마을에서 토사가 주택을 덮쳐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2020년에는 54일간 이어진 역대 최장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경기·충북과 전북 지역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9명이 숨졌다.

반면 대형 호우가 없었던 평년에는 산사태 인명피해가 연평균 0~3명 수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산사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골든타임의 부재’를 꼽는다.

산사태는 토사가 시속 40~50㎞ 속도로 무너져 내려 육안으로 확인한 뒤에는 사실상 대피가 어렵다. 경보를 듣고 이동하기 전에 주택이 매몰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사망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특히 산불 피해 지역은 여름철 집중호우가 내리면 2차 연쇄 재해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나무 뿌리가 불에 타면서 지반을 지탱하는 힘이 크게 약해져 일반 산지보다 산사태 발생 위험이 수십 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

정부가 지정한 산사태 취약지역 외에도 일반 야산, 펜션 단지 절토면, 태양광 발전시설 부지 등 관리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산사태가 늘면서 취약지역 발굴과 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국토의 63%에 달하는 임야를 한 번에 조사해 지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매년 취약지역을 새롭게 발굴·지정하고 위험이 해소된 지역은 심의를 거쳐 해지하는 방식으로 지속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난 전문가들은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신속한 주민 대피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는 “산림재난이 발생하면 긴급재난문자 발송과 함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과 마을 이장들이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와 장애인 등을 직접 찾아가 실제 대피할 수 있도록 차량 지원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마을 단위 야외 방송뿐 아니라 집 안에서도 들을 수 있는 스마트방송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며 “지방재정 여건을 고려해 국가재난 안전관리 차원에서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호우경보가 발령되면 산촌에서는 무조건 대피하는 것이 맞다”며 “산불과 달리 보이지 않는 산사태는 즉각 대피가 답이다. 중앙부처는 정확한 정보 제공과 사방댐 등 예방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변화로 산사태에 대한 주민들의 경각심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과거 경험만 믿고 집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위험 징후가 보이면 즉시 대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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