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엽 국립부산국악원장은 지난달 30일 부산 부산진구 국립부산국악원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부산의 역사 문화를 담은 레퍼토리 공연을 꾸준히 제작해 무대에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다양한 국악 공연을 제작해 무대에 올리겠습니다.”
지난달 30일 부산 부산진구 국립부산국악원 집무실에서 이정엽 부산국악원장(55)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산국악원의 정체성을 견고히 하려면 레퍼토리 공연을 꾸준히 이어갈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레퍼토리 공연은 지속해서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공연 단체의 대표적 공연을 뜻한다. 국립국악고와 서울대 국악과(작곡 전공)를 졸업한 이 원장은 국립국악원 학예연구사로 일하다가 2021년 부산국악원장으로 부임했다. 부산에서 그가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정책은 공연 방식을 상설에서 레퍼토리 중심으로 바꾼 것이다.
이 원장은 “상설 공연에 충분한 관람객이 찾지 않았고, 제한적인 국악원의 인적 자원으로 매주 알찬 공연을 꾸리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며 “수요일과 토요일 진행하던 상설 공연을 중단하고 지난해부터 특정 시기에 맞춰 레퍼토리 공연을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부산에서 국악원이 개원한 역사를 소재로 한 ‘대청여관’, 부산의 무형유산인 동래학춤을 다룬 ‘춤바람분데이’, 부산 전통 탈놀이를 현대 무용극으로 재창작한 ‘야류별곡’ 등이 이 원장 재임 기간 부산국악원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작품이다. 이 원장은 “창작 공연은 초연 뒤 반드시 보완해 한 번 더 무대에 올린다”며 “두 번째 공연에서도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 중단하고, 가능성이 확인되면 레퍼토리 공연으로 발전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동해안별신굿과 남해안별신굿 등 영남권 해안 지역의 마을굿도 레퍼토리 공연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두 굿은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전통 의례다. 타악 중심의 동해안별신굿은 타악 전공자들도 쉽게 따라 하기 어려울 만큼 장단이 화려하다. 반면 대금과 해금 등 선율악기가 돋보이는 남해안별신굿은 비교적 엄숙한 분위기다. 이 원장은 “두 굿을 잘 엮는다면 제2의 야류별곡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애니메이션 영상과 융합한 공연 제작도 검토하고 있다.
이정엽 국립부산국악원장은 지난달 30일 부산 부산진구 국립부산국악원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부산의 역사 문화를 담은 레퍼토리 공연을 꾸준히 제작해 무대에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국악계의 당면 과제를 묻자 이 원장은 ‘국악 전용극장 건립’을 꼽았다. 현재 공연장 구조로는 국악의 원음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국악기는 서양 오케스트라 악기처럼 대형 공연장에서 멀리 소리를 전달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가야금과 거문고는 연주를 통해 음이 살짝 떨리는 것만으로도 멋이 달라진다”고 했다. 이어 그는 “마이크로 증폭한 소리에 의존하는 현재 공연 방식이 계속되면 국악 고유의 미적 요소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원장은 국악 전용극장을 짓기 위해 최소 10년가량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악기에 적합한 객석 규모와 건축 구조, 반사음, 잔향 등을 공학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전통 가무극인 ‘노’를 전문적으로 공연하는 일본 국립노극장 같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부산에는 클래식 공연을 위한 부산콘서트홀이 있고, 북항재개발지구에 오페라 하우스도 들어서고 있다”라며 “국악 전용극장까지 조성된다면 부산은 전통과 현대 공연예술이 어우러진 국내 음악의 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8년 부산국악원 개원 20년을 맞아 중장기 발전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개원 당시 부여받은 미션인 아시아·태평양 전통공연예술 거점 기관이 되기 위해 일본, 몽골 등과의 해외교류 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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