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듯 접촉한 경미한 교통사고에서 과장된 피해를 주장한 운전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줄 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억울함을 호소한 가해 운전자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이같은 판결을 받았다.
A 씨는 아파트 입구에서 후진하던 중 정차 중인 B 씨 차량의 좌측 앞 범퍼를 접촉하는 사고를 냈다. 두 차량 모두 외관상 파손이나 흠집이 없었고, 사고 당시 충격도 경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B 씨는 사고 직후 응급실을 방문해 2주 진단을 받고 보험처리를 요구했다. A 씨는 사고의 경미성에 비추어 상해 발생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보험처리를 거부하고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소송 진행 과정에서 법원소송구조결정을 받은 후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요청했다.
● 블랙박스 영상 ‘스치듯 충돌’…환자 주관적 진단서
이 사건의 쟁점은 사고로 인한 상해 발생의 객관적 입증 여부와 제출된 진단서의 증명력이었다.
공단은 △사고 당시 차량 속도가 시속10km 미만으로 매우 낮았던 점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했던 담당 경찰관이 “스치듯 충돌한 경미한 사고”라는 취지로 회신한 점 △B 씨의 2주 진단서가 객관적인 의학적 소견보다는 환자의 주관적 증상 호소에 기초해 작성된 점 △병원 진료기록상 특이 병변이나 객관적 이상 소견이 확인되지 않은 점을 중점적으로 주장·입증했다.
공단은 ‘경미한 사고’라는 추상적 주장에 머물지 않고, 사고 충격의 객관적 정도, 수사기관의 회신 내용, 진단서의 작성 방식, 의료기록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상해발생의 부존재를 적극적으로 입증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여 해당 사고가 B 씨에게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가할 정도의 충격이었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해 “A 씨의 B 씨에 대한 손해배상 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고 판결했다.
● 과장된 피해 주장→관행적 보험처리에 제동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유현경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경미한 접촉 사고에서 실제 상해 발생 여부에 대한 객관적 입증 없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보험처리 및 과잉진료 관행에 제동을 건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경미한 사고임에도 과장된 피해 주장으로 억울함을 겪는 운전자들이 부당한 보험처리 요구에 대해 법적절차를 통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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