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상민, 尹지시로 내란 달성 시도… 책임 덮으려 위증” 질타

  • 동아일보

‘단전-단수 지시’ 1심서 징역 7년
한덕수 재판 이어 ‘계엄=내란’ 인정… 19일 尹선고때 동일판단 여부 주목
법원 “내란 목적달성 무관 엄벌 필요”
방청석 가족 “아빠 사랑해”에 李미소… ‘한덕수 3분의1 형량’ 두고 논란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에 대해 징역 7년이 선고되자 피고인석에서 일어선 채 방청석에 있는 가족들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 중계 화면 캡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에 대해 징역 7년이 선고되자 피고인석에서 일어선 채 방청석에 있는 가족들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 중계 화면 캡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도 1심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선고를 앞두고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라는 법적 판단이 연달아 나온 것이다.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는 이 전 장관이 언론사 단전·단수를 지시해 내란에 가담했다고 보고 내란 중요임무종사, 위증 혐의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계엄을 사전 모의하거나 전부 관여한 게 아니더라도 내란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 “단전·단수, 내란 달성하려는 의도”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에게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받아 이를 소방청에 내려보내며 내란에 가담했다는 근거로 당시 용산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을 거론했다. 재판부는 “CCTV 영상에는 피고인(이 전 장관)이 상의 안주머니에서 여러 차례 문건을 꺼내 읽는 장면, 한 전 총리에게 문건을 보여주며 설명하는 장면이 녹화돼 있다”며 해당 문건이 단전·단수 지시 내용이 담긴 문건이라고 봤다. 또 이 전 장관이 허석곤 전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특정 언론사에 곧 경찰이 투입되는데 협력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말한 점을 근거로 소방청에 단전·단수 지시를 내렸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이 전 장관은 “지시 문건을 받은 적 없다. CCTV에 찍힌 문건은 일정표”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에 대해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실제로 단전·단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사에 대한 물리적 강제력 행사는 내란 행위에 의해 달성한 상태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한 내란 행위에 대해선 목적 달성 여부와 무관하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이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증인으로 나와 “단전·단수 지시 문건을 받은 적 없다”고 위증한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윤석열(전 대통령),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의 내란 행위를 적극 만류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고,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지기는커녕 진실을 은폐하고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위증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에 관해선 “소방청장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보기 부족하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실제로 단전·단수 지시가 구체적으로 이행되진 않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등에 대해서도 내란 행위가 맞다고 판단했다. 형법상 내란죄가 성립하려면 헌정질서를 파괴할 국헌 문란 목적으로 한 지방의 평온을 해칠 만한 폭동을 일으켰어야 하는데 비상계엄 선포가 이런 조건을 만족한다는 것이다. 19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선고를 앞두고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못 박은 법원의 판단이 두 차례 나온 것. 또 이날 재판부가 “내란 집단이 계획한 개별적인 폭동행위 전부에 대해 사전 모의하거나 관여한 바 없다고 하더라도 내란죄의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 강조한 점도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내란 관련 혐의를 받는 나머지 국무위원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같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에 韓 23년, 李 7년

이 전 장관에게 선고된 징역 7년이 한 전 총리 형량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 것을 두고 법원 내부에서조차 1심 법원의 판단이 너무 엇갈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은 두 사람에게 모두 징역 15년을 구형했지만 한 전 총리에게는 이보다 8년 높은 징역 23년이, 이 전 장관에게는 8년 낮은 7년이 선고됐다.

앞서 한 전 총리 재판부는 그가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단순히 따른 게 아니라 국헌문란의 목적에 선제적으로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기존 내란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함에 있어 기준이 될 수 없다”며 구형보다 높게 선고했다.

반면 같은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장관에 대해 재판부는 “내란 행위에 가담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이 내란중요임무로 수행한 행위는 소방청에 대한 전화 한 통”이라며 구형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내란이 전례가 없던 일이어서 통일된 기준을 정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며 “항소심 등을 거치며 형량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재판 내내 굳은 표정을 유지했던 이 전 장관은 징역 7년이 선고된 뒤 방청석에 있던 가족이 “아빠 괜찮아, 사랑해”라고 하자 방청석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퇴장하며 방청석을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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