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직접 교육 모듈 조합”…융복합형 인재 키우는 국립대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2월 11일 11시 47분


급변하는 산업 구조 속에서 전공 하나만으로 진로를 설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첨단 기술은 특정 산업이나 직무에 한정되지 않고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 역시 단일 전공 지식보다는 복합적인 문제 해결 능력과 기술 이해, 협업 역량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의 학사 구조는 여전히 전공 중심 체계에 머물러 있다. 학과 단위로 짜인 교육 과정에서는 학생들이 여러 전공을 넘나들며 역량을 쌓기 어렵고, 새로운 기술을 기존 교육 과정에 신속하게 반영하는 데도 한계가 따른다. 대학 안팎에서는 융·복합 전공과 다전공, 전공 간 연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립대들은 ‘국립대학육성사업’을 기반으로 융복합 전문 인재 양성에 나섰다. 국립대학육성사업은 국립대가 국가 전략 과제를 수행하는 공공 교육 인프라로 기능하도록 지원하는 교육부 재정 사업이다. 대학별 특성과 지역 산업 여건에 맞춰 교육 방식을 자율적으로 설계하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 모듈형 수업으로 ‘전공의 틀’ 바꿔

융복합 교육은 수업 차원을 넘어 학사 구조 전반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국립군산대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모듈형 컨버전스 학사학위(MCD)와 마이크로디그리(MD) 제도가 꼽힌다. MCD는 학업 및 진로 목표에 맞춰 학생이 스스로 교육 모듈을 선택·조합하는 ‘학생 맞춤 학위 설계’ 방식이다. 기존 학과 중심 전공 체계를 벗어나, 학생은 여러 모듈을 조합해 36학점 이상을 이수하면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MD는 급변하는 산업과 사회 수요에 맞춰 특정 역량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기를 수 있도록 설계된 소단위 교육 과정이다.

국립군산대는 2024년부터 두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까지 1357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올해는 MD 81개 과정과 MCD 34개 과정 등 총 118개 과정을 운영 중이다. 상담심리 MCD 과정을 이수 중인 한 학생은 “심리학에 관심이 있었지만 학교에 관련 학과가 없어 MCD를 선택했다”며 “관심 분야가 넓어지면 다른 MCD도 이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전공에 AI 더해 전문성 강화

AI와 데이터 기술을 전공의 부가적 요소가 아닌 전문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끌어들이기도 한다. 국립한국해양대는 해양과학 분야의 교육·연구 역량에 관련 기관의 연구 인프라를 연계해 이론 수업과 현장 경험을 하나의 학습 과정으로 구성했다. 대학원생 가운데 1학기 재학생을 제외한 학생들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소속 연구원을 공동 지도교수로 지정받는다. 학생들은 대학 지도교수와 KIOST 연구진의 이중 지도를 통해 전공 이론과 연구 현장을 함께 경험한다. 재학 중에는 ‘현장 연구’를 필수 전공 과목으로 이수하며, 실제 해양 관측 자료에 데이터 분석과 모델링 기법을 적용해 분석·예측 연구를 수행한다.

KIOST 소속 겸직 교원이 참여하는 ‘해양과학기술특론’은 팀 티칭 방식으로 운영되며, 학생들은 해양 현상을 하나의 연구 과제로 설정해 분석과 예측 과정을 단계적으로 수행한다. 이러한 교육 구조를 바탕으로 공동 현장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대학원생이 참여한 연구 성과 3건이 한국음향학회지에 게재됐다.

교원 양성 분야에서도 AI를 매개로 정책·기술·수업 현장을 연결하는 융복합 교육이 시도되고 있다. 춘천교육대는 지난해 ‘AI 교육 인사이트 포럼’을 열고 인공지능 시대 교육 환경 변화와 예비교사가 갖춰야 할 역량을 논의했다. 교원과 직원, 재학생 등 101명이 참석한 포럼에서는 AI 기술의 교육 현장 적용 방안과 교사의 역할 변화 등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춘천교대는 이를 계기로 예비 교사와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AI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 AI 기반 융복합 교육, 대학 전반으로 확장

AI를 교과 개편과 수업 방식 개선, 교수 역량 강화까지 폭넓게 활용하며 대학 교육 전반의 융복합 역량 재설계에 나선 대학도 있다. 국립목포대는 ‘교육혁신 With AI’를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AI 활용을 전제로 한 교육 구조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 참여형 수업 모델인 ‘AI Class’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 분야 안에서 AI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25학년도 기준으로 AI 관련 교양·전공 교과목 43개를 운영했다.

교원 역량 강화 역시 핵심 과제다. 국립목포대는 지난해 AI 교수법 워크숍을 9차례 개최해 약 400명의 교원이 참여하도록 했다. 또 교수 연구공동체 15개 팀을 구성해 AI 기반의 강의계획서와 교과목 개발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 전체 전임교원의 53.4%가 참여하는 등 AI 활용은 대학 전반의 교육 방식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AI 인프라 구축도 병행했다. AI 라운지 조성 계획과 공간 설계를 완료하고, 100여 개 강의실에 스마트 기자재를 표준화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다중모델 기반의 생성형 AI 플랫폼과 챗GPT Pro를 도입해 교육뿐 아니라 행정 영역에서도 AI 활용 기반을 마련했다. 직원 대상 AI 활용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연구·행정을 연결하는 융복합 환경도 구축하고 있다.

융복합 교육은 대학을 넘어 지역 연구와 산업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국립목포대는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한 AI 융합과제 제안요청서(RFP) 8건을 확보했으며, 조선·양식·헬스케어 등 전남 지역 산업과 연계한 대형 AI 연구과제도 추진 중이다. 국립목포대 관계자는 “AI가 학생들의 기본 역량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국립대학육성사업을 통해 국립목포대만의 AI 융복합 교육체계를 강화해 지역과 국가가 신뢰하는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산업 구조 변화#융복합 교육#국립대학육성사업#모듈형 수업#마이크로디그리#AI 전문성#해양과학 연구#AI 교육 인사이트#교육혁신 With AI#지역 산업 연계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