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사이트 빈틈 노려… 불법 홍보글 대량 살포 ‘웹 지라시’ 기승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6일 04시 30분


일부 대학-수산업체-기업 홈피 등… 합법적 사이트 ‘숙주’ 삼아 글 도배
구글-네이버 등 대형 포털에 노출
성매매-마약판매까지 무차별 유포
“검색 포털, 범죄 1차 관문 돼” 지적

“‘OO안마’ 검색 한번 해보세요. 상단에 뜨는 거 다 제가 만든 겁니다. 저 업체처럼 연락 빗발치게 해드리겠습니다.”

텔레그램을 통해 접촉한 ‘웹 지라시’ 배포 업자는 자신만만했다. 5일 기자가 불법 출장안마 홍보를 원하는 의뢰인으로 가장하자, 그는 “검색 결과 상위 노출을 장담한다”며 월 15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요구했다. 최근 구글과 네이버, 빙 등 검색 사이트의 빈틈을 노리고 불법 홍보 글을 전단처럼 대량 살포하는 수법인 웹 지라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를 전문으로 대행하는 업체까지 생겨났지만 플랫폼과 당국의 소극적인 대응 속에 청소년을 비롯한 인터넷 이용자가 범죄 환경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신분증 위조’ 검색하자 불법 업체 수십 개 검색

구글에서 ‘신분증 위조’를 검색 하자 불법 업자의 텔레그램 ID가 표시된 광고가 수십 건 표시됐다.
구글에서 ‘신분증 위조’를 검색 하자 불법 업자의 텔레그램 ID가 표시된 광고가 수십 건 표시됐다.
구글 등 검색 사이트에서 ‘신분증 위조’를 검색하자 위조 업체의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ID가 담긴 홍보 글이 첫 페이지부터 쏟아졌다. 기자가 그중 한 텔레그램 ID에 ‘도수치료 비용을 허위로 청구하도록 서류를 꾸며달라’며 말을 걸었다. 그러자 상대방은 이름과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와 함께 작업 비용 40만 원을 요구했다. 그는 “이틀이면 된다”며 실제 위조된 병원 서류 샘플까지 보내왔다.

불법 광고가 버젓이 검색 사이트에 노출되는 이유는 합법적인 사이트의 게시판을 ‘숙주’로 삼기 때문이다. 보안이 취약한 사이트를 해킹하거나 누구나 글을 작성할 수 있는 게시판에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글을 도배하는 이른바 ‘웹문서 지라시’ 수법이다. 수산업체와 대학교, 직역 단체 홈페이지 등이 범죄 광고판으로 전락해 있었다. 한 배포 업자는 “작업 가능 사이트만 5000개에 달한다”며 “(수사기관으로부터) 추적될 우려도 없고, (지라시) 발행 내역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엔 검색 사이트의 인터넷주소(URL) 수집 기능을 악용하는 ‘URL 지라시’ 수법도 확산세다. 검색 로봇이 수집하기 쉬운 형식으로 가짜 URL을 생성해 검색 상단에 올리는 방식으로, 게시판에 글을 남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업자들이 선호한다.

● 한국발 지라시가 전 세계 2위

국내 최대 이커머스인 쿠팡도 표적이 됐다. 마약을 가리키는 은어와 함께 ‘쿠팡’을 검색하면 “쿠팡이 추천하는 OOO(마약의 은어)” 등 문구와 함께 텔레그램 ID가 노출된다. 클릭하면 쿠팡 홈페이지로 연결되며 정상적인 검색어처럼 작동하지만, 실제로는 검색어에 포함된 텔레그램 ID를 노출해 마약 거래를 유도하는 낚시성 글이다.

한국은 이런 웹 지라시의 집중 표적이 되고 있다. 2024년 발표된 한 해외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약 1190만 개의 웹 지라시 중 한국어 게시물은 4.9%로 중국어(88%)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영어(1.7%)나 일본어(1.5%)보다 많아, 한국 인터넷 환경이 범죄 광고의 놀이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대포통장이나 성매매, 심지어 마약 판매 등을 홍보하는 글이 청소년 누구나 이용하는 검색 사이트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데도 대응은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구글코리아 측은 “정책 위반 게시글은 차단하고 있으나, 자동화 프로그램으로 생성된 타사 사이트 자료를 일괄 삭제하긴 어렵다”고 했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불법 정보는 개별 확인 후 삭제하고 있지만, 자동화 작업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유포되는 문제에는 대응이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검색 사이트가 범죄의 1차 관문이 되고 있다며 유관 기관의 공조를 촉구했다. 마약 사건 경험이 많은 박진실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만난 청소년 등 마약 사범 대부분이 구매 경로로 구글 검색을 지목했다”며 “사실상 범죄자에게 판을 깔아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장준원 법무법인 화우 전문위원은 “웹 지라시 산업은 범죄의 기술적 토대를 제공하는 ‘인프라 범죄’”라며 “경찰과 방미심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이 공조해 지라시 배포 업자를 단속하고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웹지라시#검색#불법#홍보글#신분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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