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난개발 막고 보존하자”
35년간 ‘공유화’에 5.6만명 참여
4억 원 모아 사유지 45만㎡ 매입
광주 동적골-증심골 등 8곳 지켜
시민들이 모금한 기금으로 조성한 무등산 공유화 부지 8곳 가운데 한 곳인 광주 동구 운림동 동적골 인근 산림 전경.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제공
광주·전남의 진산(鎭山)인 무등산 공유화 운동이 추진된 지 35년 동안 시민 5만6000여 명이 참여해 약 57만 m²를 공유화하는 성과를 거뒀다.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난개발 가능성은 줄었지만, ‘시민이 무등산의 주인’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공유화 운동을 더욱 확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사)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에 따르면 무등산 공유화 운동은 1991년 광주 제2순환도로 건설과 고층 아파트 단지 조성으로 개발 위기에 놓인 무등산 훼손을 막기 위해 시작됐다. ‘무등산 땅 1m² 갖기 1000원 모금 운동’이 출발점이었다.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는 무등산의 공익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펼치기 위해 1989년 시민단체 74곳이 참여해 만든 단체다.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가 주도한 ‘무등산 땅 1m² 갖기 1000원 모금 운동’과 ‘무등산 사유지 기증 운동’에는 시민들의 참여가 이어졌다. 시민들이 모금한 약 4억 원으로 무등산 사유지 45만3000여 m²를 매입해 공유화 부지 8곳을 조성했다. 이들 공유화 부지는 난개발 우려 지역이나 자연·역사·문화유산 보전지역, 희귀 동식물 서식지, 상수원 보존지역을 중심으로 우선 조성됐다. 공유화 부지 8곳은 광주 동구 동적골·증심골·용추계곡, 북구 원효계곡·화암계곡·평두메계곡, 전남 화순군 이서면 등에 위치해 아름다운 숲을 유지하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사유지 기증도 이어졌다. 현재까지 기증된 무등산 사유지는 12만1000m²에 이른다. 2000년 김복호 씨가 동적골 인근 토지 1408m²를 처음 기증했고, 이를 계기로 무등산공유화재단이 설립됐다. 지난달에는 구제길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이 북구 증심계곡 일대 2만3000m²를 기증했다. 이처럼 시민 5만6000여 명이 35년 동안 참여해 무등산 사유지 0.57km²(약 17만 평)를 공유화했다.
무등산국립공원은 호남정맥의 중심 산줄기로 광주 북구와 동구, 전남 화순군과 담양군에 걸쳐 있다. 2013년 제2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전체 면적은 75.721㎢다. 해발 1187m의 무등산은 ‘비할 데 없이 높고 큰 산’ 또는 ‘등급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고귀한 산’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최고봉 천왕봉을 중심으로 서석대와 입석대 등 수직으로 치솟은 암벽이 장관을 이룬다. 봄에는 진달래, 여름에는 참나리, 가을에는 단풍과 억새, 겨울에는 설경 등 사계절 생태 경관이 뚜렷하다. 수달과 하늘다람쥐, 으름난초 등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도 서식하고 있다.
무등산의 토지 소유 형태를 보면 사유지가 56.5%(42.765㎢)로 가장 많다. 이어 국유지 20.9%(15.863㎢), 지자체 소유 공유지 18.2%(13.786㎢), 사찰 부지 4.4%(3.307㎢) 순이다. 무등산보호단체가 공유화한 0.57㎢는 사유지에 포함되며, 이는 무등산 전체 면적의 0.75%를 차지한다.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난개발 가능성은 줄었지만, 사유지 소유자와의 개발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부가 무등산 사유지 매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러 여건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시민들이 무등산 사유지를 매입해 공공 목적의 공유화가 이뤄지면 개발 욕구와 갈등도 줄어들 것”이라며 “시민들이 무등산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는 성금 모금에 참여한 시민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다섯 차례에 걸쳐 무등산 공유화 토지 기증 기념비 제막식을 열었다. 이재창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 운동본부장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무등산 사랑 운동인 공유화 운동을 광주를 대표하는 시민·환경 운동으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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