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의 한 학원 앞으로 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국가데이터포털(KOSIS)에 따르면 2024년 사교육비 총액은 29조1919억원으로, 2014년 18조2297억원 대비 60.1% 증가했다.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최근 10년간 국내 사교육비 총액이 6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학생 수가 줄어드는 저출생 상황에서도 사교육비 총액이 늘어난 것은 교육 서비스 물가 상승과 가계 소득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으로 분석됐다. 2026.01.05 [서울=뉴시스]
고교 3학년 최모 군(19)은 5일 서울 소재 한 입시학원의 ‘재수 선행반’에 들어갔다. 아직 겨울방학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11월 19일로 예정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준비에 돌입한 것이다. 최 군은 학교 측에 양해를 구하고 매일 오전 7시 5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14시간 이상 학원에서 공부한다. 그는 “수능 다음날 재수를 결심하고 정시모집 원서도 접수하지 않았다”며 “수능이 어려웠던 탓에 재수를 결심한 친구가 많다”고 말했다.
이른바 ‘불수능’ 여파로 이날 개강한 각 입시학원의 재수 선행반은 지난해보다 수강생이 최대 3배로 급증했다. 대입 제도 개편 전 마지막 수능을 치를 ‘예비 고3’과 고교학점제로 내신 부담이 커진 ‘예비 고2’들은 일찌감치 ‘윈터스쿨’(겨울방학 학원)로 몰려들고 있다. 연초부터 입시 준비가 과열되면서 올해 사교육 전쟁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5분 만에 재수반-윈터스쿨 마감”
입시업계에 따르면 통상 2월에 시작하는 정규반과 달리 1월에 개강하는 재수 선행반은 정시를 일찌감치 포기했거나 합격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성적이 저조한 수험생들이 많이 듣는다. 2026학년도 불수능 탓에 올해는 예년보다 많은 수험생이 재수 선행반을 택했다. 상대평가보다 1등급 비율이 낮았던 영어영역 등의 영향으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 수시모집에서 불합격하거나 정시에서도 희망하는 대학에 지원할 수 없는 수험생이 선행반에 몰린 것이다. 한 재수학원 관계자는 “지난해는 100여 명이 재수 선행반에 등록했는데 올해는 300여 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방학과 졸업 전에 교외체험학습으로 학교를 아예 빼먹고 재수학원과 입시학원에 등록한 학생도 많다. 교외체험학습은 학교장의 허가를 받으면 여행, 견학, 가정 학습 등의 이유로 등교하지 않아도 출석으로 인정된다. 충남 천안의 고교 3학년인 박모 군은 “이번 수능 성적으로는 원하던 수의학과에 입학할 수 없어 1월 한달을 모두 교외체험학습으로 신청하고 학원에 들어왔다”고 했다.
겨울방학 기간 예비 고교 1~3학년 대상으로 최대 6주간 운영되는 윈터스쿨도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예비 고교 3학년은 올해 ‘N수생’(대학 입시에 두 번 이상 도전하는 수험생)이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윈터스쿨을 신청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올해는 2028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 이전에 기존 과정으로 응시하는 사실상 마지막 수능인데다, 내년도 의대 모집정원이 늘어나면 N수생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예비 고3 학부모 김미영 씨는 “겨울방학을 잘못 보내면 재수생에 수능 점수가 밀릴 것 같아 윈터스쿨을 신청했는데 문자 받자마자 5분 만에 마감됐다”고 말했다.
● “독서실도 대기번호 전쟁”
고교학점제를 적용받는 첫 세대인 예비 고교 2학년 학생들은 수능 점수를 높이기 위해 윈터스쿨을 찾고 있다. 내신 등급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뀌면서 1등급을 받지 못하면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하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에 수능에 매진하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고교 1학년 때 내신 1등급을 받지 못했다면 빨리 정시로 입시 전략을 수정하고 수능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예비 고2들 사이에서는 독서실 대기번호까지 돌고 있다”고 했다.
4월까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확정되면 대학생 중에서도 수능을 다시 치르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의대 모집인원이 늘면 대입 제도가 바뀌기 전에 의대에 다시 도전하려는 대학생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정부가 사교육 시장을 잠재우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24년 기준 국내 사교육비는 29조2000억 원으로 4년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학생 수 감소에도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이유로 내신과 입시제도 실패를 꼽고 있다.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은 “입시 제도가 바뀌면 학교보다는 학원이 더 빨리 적응한다”며 “불안한 학생과 학부모는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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