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에서 최근 가장 빠른 속도로 외형을 키우고 있는 로펌은 법무법인 LKB평산이다.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와 법무법인 평산이 합쳐져 올 7월 출범한 LKB평산은 통합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공격적인 인재 영입을 이어가며 단기간에 조직 규모를 크게 확장했다. 통합 당시 120명대였던 소속 변호사 수는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현재 160명을 넘어섰고 추가 영입도 예정돼 있다.
LKB평산의 전략은 분명하다. 복잡해지고 대형화되는 법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별 변호사의 역량을 넘어 ‘규모와 체급’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기업·금융·형사·행정 등 다양한 분야가 얽히는 사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충분한 인력을 갖춘 로펌만이 안정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LKB평산은 통합 1년 후인 내년 7월까지 인적·화학적 결합을 성공적으로 마쳐 ‘10대 로펌’에 진입하고 5년 안에 5대 로펌에 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강대 대표이사는 “법원과 검찰의 내년 2월 인사가 단행된 이후 추가로 합류하는 분들도 계시다. 단기적으로는 220명 규모로 확대되면 10대 로펌 진입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있다”며 “기업들은 로펌의 체급을 보고 수임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 최종적으로는 500명 규모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송무 분야에 강점을 지닌 LKB평산은 자문 중심의 중소 로펌 두세 곳과의 통합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행정·금융 전문 전관 인재 영입
LKB평산은 규모 확대에 집중하면서도 영입 인재의 ‘퀄리티’를 가장 중시하고 있다. 영입 기준은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하되 업계에서의 평판도 중요하게 고려해 인적 네트워크를 흡수한다는 기조다.
최근 인재 영입의 상징적 인물로는 황우진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32기)가 꼽힌다. 이달 초 합류한 황 변호사는 국제 사건과 외교·통상 분야를 두루 경험한 대표적인 국제통 검사 출신이다.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보유한 그는 서울중앙지검 외사부(현 국제범죄수사부) 수석검사로 근무하며 국제 사건 수사를 주도했고 법무부 국제법무과와 주UN대표부 법무협력관으로 재직하며 UN총회 연설에 참여하는 등 국제 분쟁과 외교 현안을 직접 다뤘다. 단순한 전관 영입이 아니라 국제적 감각과 수사·정책 경험을 동시에 갖춘 인재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김영식 대표변호사(30기)의 합류도 눈에 띈다. 김 변호사는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등법원 등에서 18년간 법관으로 근무했다. 이후 대형 로펌에서 활동한 경험까지 더해 사법·행정·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경력을 쌓아왔다. 최근에는 청와대 법무비서관과 민정수석비서관을 역임해 차별화된 경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 분야에서는 9월 합류한 송명섭 대표변호사(35기)가 핵심 인물로 꼽힌다. 송 변호사는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파견돼 행정 조사와 검사, 제재 절차에 직접 참여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 규제와 감독 구조를 내부에서 경험한 이력은 LKB평산이 금융·자본시장 분야로 대응 범위를 넓히는 데 중요한 자산으로 평가된다. K-컬처·AI까지…TF로 유기적 협업
이와 함께 LKB평산은 개인정보·IT·산업기술·행정 분야까지 인재 영입 폭을 넓히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오영중 대표변호사(39기)는 법무부 정책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정책 자문 역량을 갖추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 수석검사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법무팀장을 지낸 김영민 대표변호사, 특허·영업비밀 분야에서 변리사 자격까지 갖춘 박석민·정의정 대표변호사 등이 합류해 기술·기업 분쟁 대응력을 보강했다. 행정고시 출신 판사인 구희승 대표변호사는 경제부처 경력을 두루 갖춘 공정거래·금융·정책 분야 전문가다. 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박재경·이은정 대표변호사까지 합류하면서 LKB평산은 사법·행정·기술 전반을 아우르는 인적 저변을 구축했다.
이 밖에도 LKB평산은 행정, 공정거래, 지식재산, 의료,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고르게 영입하며 조직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특정 분야에 치우치기보다 변화하는 법률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인적 기반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조직 확대와 함께 내부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LKB평산은 최근 K-컬처와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분야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 팀을 꾸리고 분야별 팀 간 협업을 전제로 한 태스크포스(TF) 운영을 강화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과 기술, 금융, 형사 리스크가 동시에 얽히는 사안이 늘어나면서 단일 팀 중심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안이 발생하면 각 분야 팀장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초기 단계부터 공동으로 대응 전략을 세우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자문과 송무, 규제 대응이 분절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은 단순한 숫자 증가가 아니라 여러 전문성이 동시에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는 의미”라며 “팀 간 협업을 전제로 한 조직 운영이 LKB평산의 강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LKB평산 관계자는 “단순히 규모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 팀이 하나의 로펌으로서 독자적인 전문성을 키우고 업계에서의 명성을 쌓아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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