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탈북민 피살 사건’의 진범은 누구일까. 경찰이 4개월째 수사를 이어가고 있으나 아직 그날의 진실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사건은 8월 29일 벌어졌다. 기장군 한 아파트에서 40대 탈북민 남성 한모 씨가 숨졌다. 누나인 50대 한 씨가 외출 후 귀가해 의식 없는 동생을 깨웠지만 반응이 없자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누나의 남편이자 숨진 남성의 매형인 50대 강모 씨는 당시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1차 검안에서 나타난 남성의 사인은 ‘경부압박질식사’. 목이 졸린 것으로 추정됐는데 현장에 방어 흔적은 없었다. 매형 강 씨는 며칠 뒤 자살했다. 이날 집을 드나든 사람은 이들 세 명뿐이었다.
동생 사망 원인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그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수 있다. 또는 매형의 범행이거나, 누나가 숨지게 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부부의 공동 범행도 배제할 수 없다.
누나 한 씨는 줄곧 결백을 주장해 왔다. 어렵게 북한을 함께 떠나온 동생을 해칠 이유가 없고, 동생 사망으로 얻을 금전적 이익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사건 직후 “남편과 나 둘 중 범인이 있을 테니, 모두 체포해 조사해 달라”고 경찰에 호소했다고 한다. 남편 강 씨는 자택 수색 등 경찰 수사가 본격화할 무렵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경찰은 적법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해 왔다고 강조한다. 정밀 부검과 주변 탐문, 휴대전화 포렌식 등 다양한 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그러나 핵심을 짚지 못한 채 수사 속도가 지나치게 더디다는 인상을 남긴다. 경찰은 사건 발생 3개월이 지나서야 누나 한 씨를 피의자로 입건했다. 누나의 범행이 명확하게 입증됐다면 1차 피의자 조사가 이뤄진 이달 초 구속영장 신청 등의 후속 절차가 이뤄져야 했다는 지적이 인다.
경찰은 최근 누나 한 씨를 다시 불러 당일 상황을 다시 캐묻는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복용했던 수면제와 동일 성분이 동생 체내에서 검출된 점 등이 핵심 심문 사항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한 씨가 남편 강 씨에게 혐의를 전가하기 위해 사건을 조작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강 씨가 범인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본격적인 수사에 압박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을 놓친 경찰 수사로 국민이 피해를 본 사례는 적지 않다. 충분한 증거 확보 없이 자백에 의존해 청년 3명을 강도로 몰아 옥살이를 하게 한 ‘삼례 슈퍼마켓 사건’, 성폭행을 막기 위한 정당방위가 범죄로 뒤바뀌어 피해자가 가해자로 낙인찍힌 채 60년을 살아야 했던 ‘최말자 씨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런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엄성규 부산경찰청장은 일선 경찰서에만 사건을 맡겨둘 것이 아니라, 책임지고 챙겨야 한다. 엄 청장은 취임식에서 “국민에게 충직하고 유능한 부산경찰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유능한 경찰은 의혹과 의구심을 남기지 않는다.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국민 앞에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