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아빠-거동 불편한 할머니 대신 거리서 깡통 줍는 ‘10살 가장’

  • 동아일보

[나눔, 다시 희망으로]초록우산
1kg당 1850원… 생계 유지 역부족
아빠는 비용 부담으로 항암 중단
후원금으로 생계-학업-치료 지원

KBS ‘동행’ 521회 방영분 캡처. 정인이(가명)가 골목을 돌며 버려진 캔을 수거하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KBS ‘동행’ 521회 방영분 캡처. 정인이(가명)가 골목을 돌며 버려진 캔을 수거하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밤새 내린 서리가 채 가시지도 않은 어두운 새벽. 열 살 정인이(가명)는 손에 입김을 불어가며 커다란 비닐 자루에 손전등을 들고 골목길 구석구석을 걷는다. 종량제봉투 옆, 폐지 더미 옆, 불 꺼진 상가 앞을 지나는 정인이의 시선은 바닥에 고정돼 있다. 아이가 찾는 것은 다름 아닌 빈 깡통이다.

깡통 1㎏을 주워 받는 돈은 1850원. 적은 수입이지만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 아픈 아버지, 꿈 많은 정인이의 생계를 위한 밑거름이 된다. 그렇기에 오늘도 정인이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언젠가 이루고 싶은 꿈을 생각하며 깡통 하나하나를 소중히 주워 담는다.

아픈 가족을 위해 정인이가 시작한 일, 1㎏ 깡통 줍기

정인이는 왜 깡통을 줍느냐는 질문에 “할머니가 아프시니까 제가 도와드리고 싶어요”라고 답한다. 정인이는 가족과의 이별이 가장 두렵다. 대장암 완치 판정을 받았던 아버지는 불과 1년 만에 암이 전립선, 임파선, 뼈까지 전이됐고 비급여 치료비 부담으로 수개월째 항암 치료마저 중단한 상태다. 할머니는 2년 전 교통사고 이후 다리가 퉁퉁 부어 제대로 걷기조차 쉽지 않다. 그럼에도 생계를 위해 깡통을 주우려 나서려는 할머니 걱정에 정인이는 오늘도 새벽같이 일어나 거리로 나선다.

문제집 없어 외워서 공부…“제가 자랄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정인이는 좋아하는 서점에서 문제집을 손에 사들고 오는 대신 머리 가득히 문제를 채워 귀가한다. 그리고 외워 온 문제를 응용해 ‘자신만의 문제집’을 만들어 공부한다. 영재교육을 제안받을 정도로 똑똑한 정인이는 공부를 좋아하고 책도 읽고 싶지만 그러기엔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불평 대신 혼자 공부하며 깡통을 줍고 친구들과 함께 웃으며 살아가는 씩씩한 열 살. 할머니와 아버지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정인이는 “제가 자랄 때까지 꼭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또다른 정인이들에게 희망을…‘깡통과 문제집’ 캠페인

아동복지 전문기관 초록우산(회장 황영기)은 정인이를 비롯한 우리 주변 모든 아이가 경제적 어려움 앞에 꿈을 미루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마음으로 ‘깡통과 문제집’ 캠페인을 시작했다. 정인이를 돕고자 하는 사람들은 초록우산 홈페이지 깡통과 문제집 캠페인 페이지를 통해 후원할 수 있다.

깡통과 문제집 캠페인을 통한 후원금은 정인이 가족의 생계·교육·의료비 지원 등에 우선 사용되며 이후 취약계층 및 가족돌봄아동 등 비슷한 환경에 놓인 어린이와 그 가정을 돕는 데 활용될 예정이다.

초록우산은 “가족이 서로를 향한 사랑으로 버틴 하루가 내일은 조금 더 수월할 수 있도록 희망을 전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초록우산은 아동이 가족의 건강과 생계에 대한 걱정을 덜고 아이다운 꿈을 꾸며 자라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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