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 모델인 부산 양대 조폭, 보복 폭행끝에 무더기 검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0일 14시 12분


경찰, 칠성파·신20세기파 조직원 45명 검거
조직 옮겼다고 폭행…보복에 보복 이어져
10개월간 마린시티-서면 등 도심서 폭력사태

올 8월 부산 해운대구의 한 도로에서 칠성파와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올 8월 부산 해운대구의 한 도로에서 칠성파와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영화 ‘친구’의 실제 배경으로 알려진 두 조직폭력배가 부산 도심 한복판에서 보복 폭행을 벌이다 경찰에 대거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단체 등의 구성·활동) 혐의로 칠성파와 신20세기파 조직원 45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범행을 주도한 19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검거된 인원 중 칠성파가 13명, 신20세기파가 32명이며, 대부분이 20~30대다. 구속자 가운데는 10대 1명도 포함됐다. 경찰은 해외로 달아난 2명을 인터폴과 공조해 추적 중이다.

올 4월 부산의 한 상점에 조직폭력배 구성원이 모여 있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올 4월 부산의 한 상점에 조직폭력배 구성원이 모여 있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두 조직 간 충돌은 칠성파 조직원이 신20세기파로 옮기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7일 칠성파 조직원 2명이 부산 부산진구의 한 노래방에서 이 조직원을 폭행해 다리 골절 등 전치 4주의 부상을 입혔다. 이에 신20세기파는 같은 달 29일부터 올 2월 19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칠성파 조직원들을 흉기로 위협하고 집단 폭행을 가해 전치 8주의 중상을 입혔다.

보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칠성파 조직원들은 지난 4월 6일 신20세기파 중간간부의 아파트 앞에서 4시간가량 잠복하다가 외출하던 간부에게 둔기와 흉기를 휘둘렀다. 이에 맞서 신20세기파는 다음 날부터 8월까지 칠성파 조직원을 찾아다니며 두 차례 추가 폭행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칠성파 조직원 1명이 전치 6주 부상을, 또 다른 조직원은 깨진 소주병에 얼굴을 찔려 신경 손상을 입었다.

이 같은 폭행은 지난 10개월 동안 해운대구 마린시티, 부산진구 서면, 중구 중앙동 등 시민이 밀집한 부산 도심에서 잇따라 벌어졌다. 경찰 조사 결과, 기존 조직원뿐 아니라 친구 소개 등을 통해 새로 영입된 20~30대 신규 조직원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도소에 수감된 일부 간부가 사건을 지시하고 결과를 보고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부산경찰청이 관리 중인 19개 폭력조직 가운데 칠성파와 신20세기파는 가장 규모가 큰 조직으로, 1970년대 유흥업소와 오락실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두 조직은 수십 년간 지역 내 이권 다툼을 이어왔으며, 2021년 5월에도 부산의 한 장례식장에서 집단 난투극을 벌인 바 있다.

경찰은 이번 검거로 두 조직의 핵심 인물이 대거 구속되면서 세력이 상당 부분 약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도심 한복판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폭력사건이 반복되면 시민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조직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행위자는 물론 공모자까지 끝까지 추적해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조직폭력배#보복폭행#칠성파#신20세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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