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 ‘경계선 지능 아동’ 지원… 읽기-쓰기 수업부터 심리 치료까지

  • 동아일보

[나눔, 다시 희망으로] 희망친구 기아대책
올해부터 ‘보호대상아동 경계선 지원사업’ 추진
양육시설서 문해력-수해력 등 훈련해 학습력 향상
누적 309명 참여… 평균 30% 실력 개선 효과 보여

언어적 이해와 비언어적 수행 능력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지능 평가 도구인 웩슬러 지능검사 기준으로 IQ 71∼84점에 해당하는 아동은 ‘경계선 지능(느린 학습자)’으로 분류돼 지적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놓여 있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경계선 지능 아동·청소년들은 학교생활에서 학습 부진, 읽기·쓰기·산수 등 기초 교과 능력 부족, 낮은 자존감과 동기 저하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으며 학업 실패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내 복지 체계에서 이들은 법적 장애 범주에 포함되지 않아 제도적 지원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보건복지부가 2024년에 실시한 ‘아동생활시설 특수욕구아동 보호현황조사’에 따르면, 아동보호시설 아동의 약 18.3%가 경계선 지능으로 추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대상아동 경계선 지원사업’에 참여한 아동이 일대일 문해력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희망친구 기아대책 제공
‘보호대상아동 경계선 지원사업’에 참여한 아동이 일대일 문해력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희망친구 기아대책 제공
이에 기아대책은 보호대상아동 중 자립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경계선 지능 아동에게 주목해 2024년 ‘보호대상아동 경계선 지적 기능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서울, 경기, 충북, 전남 지역의 아동양육시설 87명 아동이 선별 검사에 참여했으며 그 결과 75명이 심층 검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습 발달의 결손뿐 아니라 정서·행동적 어려움도 함께 보인 복합적 결핍에 따라 개별 아동의 어려움에 초점을 맞춘 조기 개입의 필요성이 확인됐다. 이를 토대로 2025년부터 ‘보호대상아동 경계선 지원사업’을 본격화했다.

현재 이 사업은 전국 6개 아동양육시설에서 진행 중이며 문해력·수해력 향상과 맞춤형 진로, 진학 지도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의료기관 협력을 통한 심리 치료 지원도 병행한다.

문해력은 읽기 이해와 오류 교정을 돕는 반복 학습으로, 수해력은 계산을 넘어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단계별 훈련으로 지원된다. 진로·진학 지도는 아동뿐 아니라 기관 담당자와 양육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까지 포함하며 2학기에는 ‘진학 상담 데이’를 통해 학습 전반을 점검한다. 이때 현직 진로·진학 교사가 참여해 지속적인 상담과 고입·대입·직업과 관련한 구체적 정보를 제공한다.

보호대상아동 경계선 지원사업에는 2025년 1학기부터 현재까지 누적 총 309명의 아동이 참여했으며 출석률은 90% 이상으로 나타났다. 읽기 유창성, 단어 해독, 기초 수학 등에서 평균 30% 향상이 확인됐고 자기 주도적 학습 태도 개선도 보고됐다. 참여 기관의 90% 이상은 “사업 종료 후에도 연계가 필요하다”고 응답하며 사업의 필요성과 지속성을 강조했다.

초등학교 3학년 김예빛(가명) 양은 긴 글을 읽는 데 어려움이 있었으나 해당 프로그램의 반복 학습을 통해 자신 있게 소리 내어 읽을 수 있게 됐다. 김 양은 “이제는 발표가 두렵지 않아요”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고등학교 2학년인 최민수(가명) 군은 분수 계산조차 어려워 늘 좌절했지만 다양한 연산법을 배우며 성취감을 경험했다. 그는 “앞으로 수학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수진 희망친구 기아대책 임팩트사업팀장은 “경계선 아동은 제도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지만 이번 사업을 통해 학습 능력뿐 아니라 정서적 자신감까지 회복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있다”며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개입이 아이들의 자립과 사회 적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기아대책은 이 사업을 단기적 학습 향상에 그치지 않고 보호대상아동이 양육시설을 떠난 뒤에도 독립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학습 지속력 강화’에서 ‘정서 안정’, 나아가 ‘자기 주도적 성장’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개입을 목표로 한다. 현재는 일부 기관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앞으로 더 많은 보호아동과 시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보호대상아동 경계선 지원사업은 복지 사각지대 아동을 위한 장기적 돌봄 체계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학습·정서·자립까지 연결되는 맞춤형 지원을 통해 이들이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기아대책의 비전이다.

앞으로도 기아대책은 보호대상아동의 온전한 성장과 자립을 위해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개입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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