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폭파 테러글‘을 온라인에 올려 수천 명이 대피하고 다수 경찰력이 동원되는 등 혼란스러운 사태를 빚게 만든 10대 게시자가 검거된 가운데 관련 뉴스에 ‘폭파 협박 댓글’을 단 20대도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6일 오전 경찰이 긴급 수색을 마친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세계 사우스시티의 모습. 2025.8.6/뉴스1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폭파하겠다는 협박 글을 올린 중학생과 이를 모방해 같은 날 또 다른 폭파 예고 글을 작성한 20대 무직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두 사람 모두 불특정 다수를 협박한 혐의로 ‘공중협박죄’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해당 죄목은 도입된 지 오래되지 않아 판례가 없고, 중학생은 촉법소년으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협박성 허위 신고가 증가하는 가운데 이로 인한 혼란과 피해를 고려하면 신속한 처벌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경찰 허위 협박·신고 6년 새 19% 증가
제주 서부경찰서는 형법상 공중협박 혐의로 중학교 1학년 A 군을 조사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A 군은 하루전인 5일 낮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오늘 신세계백화점 본점 절대로 가지 마라. 내가 어제(4일) 여기 1층에 폭약을 설치했다. 오늘 오후 3시에 폭파된다”는 글을 올렸다. 이로 인해 400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등 큰 혼란이 벌어졌다. 경찰 특공대까지 출동해 수색했지만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IP를 추적해 같은 날 오후 7시 제주시 노형동 자택에서 A 군을 찾아냈다. 그는 촉법소년이어서 체포 대신 임의동행 형식으로 조사를 받았다. 그는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5일 밤 11시 15분 해당 글에 ‘내일 신세계 5시 폭파한다’는 댓글이 추가로 달렸다. 경찰은 즉시 수사에 착수해 다음 날인 6일, 댓글 작성자인 최모 씨(27)를 붙잡았다. 무직이던 그는 “장난으로 댓글을 달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최 씨의 주소지와 최초 신고 지점을 토대로 스타필드 하남점과 용인 수지구 신세계 사우스시티점을 수색했다. 두 곳 모두 폭발물은 없었다.
이처럼 청소년과 청년층이 장난으로 허위 협박이나 신고에 가담하는 사례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경찰 허위 신고 건수는 2018년 4583건에서 2024년 5435건으로 6년 새 약 19% 늘었다. ● “장난 아닌 범죄로 인식하고 예방교육 해야”
허위 협박, 신고가 늘면서 올 3월 ‘공중협박죄’가 신설됐다. ‘불특정 또는 다수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할 것을 내용으로 공중을 협박’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 적발된 18건 중 판결이 나온 사례는 아직 없다. 용의자가 촉법소년인 경우에는 형사처벌도 불가능하다. A 군의 협박으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영업이 중단돼 매출 손실이 수억 원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발물 수색에만 경찰 특공대 등 242명이 투입됐다. 경찰 관계자는 “거짓 신고 등으로 출동하다보면 자칫 중요한 사건과 사고가 터졌을 때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장난이라는 인식 아래 협박 범죄가 반복되고 피해가 커지는 만큼 실질적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 경찰 수사 착수가 늦어지는 등 초기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중협박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시키고, 미성년자도 처벌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공권력이 낭비되고 시민들에게 불안과 공포를 주는 공중협박죄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며 “112·119 장난전화가 강력한 처벌 이후 줄어든 것처럼, 이 죄도 초기에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촉법소년이라도 사회적 파장이 큰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지침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학교에서 예방 교육을 강화해 장난과 범죄의 경계를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용인=이경진 기자 lkj@donga.com 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하동=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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