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가 26일 본보 인터뷰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학교를 떠난 의대생을 향해 쓴소리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정부가 명분을 제공한 측면이 있지만 의사가 아닌 의대생 투쟁은 명분을 찾기가 어렵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55)는 26일 본보 인터뷰에서 “투쟁은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과 방법의 정당성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교수는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의대생이 1년 넘게 학교에 돌아오지 않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의대생들은 아직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이해관계자가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2000년 의약분업 때 집단 파업을 주도했던 대한의사협회 의권쟁취투쟁위원회에서 총괄 간사를 맡았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전공의 선생님들께’라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며 전공의 집단행동의 법적 위험성을 경고하는 등 의료계를 향해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 “의대생, 의정 갈등과 관련해 객관적이어야”
권 교수는 의대생들을 향해 “학생들이라면 최소한 정부 문제와 의료계 문제에 대해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가 아닌 학생이라는 청춘이 아름다운 것은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정의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의대생에겐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책에 반대해서 집단행동을 할 수 있다”면서도 “책임과 피해는 본인 몫”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 직업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휴학한다면 대한민국 모든 대학생이 휴학해야 할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 양해가 어렵다”고 했다.
의대생이 정부 정책에 반대했다면 스스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목표 달성을 위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계속 (투쟁이) 길어지는 건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안을 내놓아야 정부와 협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고려대 의대생의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 실명으로 등록금 미납 상황을 인증해 달라는 글이 게시됐다. 그는 “지성의 전당에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명백한 폭력이다.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 조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권 교수는 의대생에게 의료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나마 의과대학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낮은 편이다. 다른 학생은 두려움이 더 크다”고 현실을 짚었다. “국가 전체의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어 (건강) 보험료로 수입을 유지해야 하는 의사가 지금보다 수입이 좋아지는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 “정부, 작년에 의대 모집인원 환원했어야”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를 향해선 비판만 하지 말고 대안을 내놓으라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정부가 내놓은 안에 대해서 의협은 비판과 함께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며 “전공의가 의협 등기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전공의는 의협이 대안을 못 만든다고 비판할 위치에 있지 않다. 그 안에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의대생 제적 등을 걱정했다면 지난해 의대 모집인원을 이전 수준으로 환원하고 교육 정상화 등의 조치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정부 의료개혁에 대해서도 “고령사회에 대비하고 필수 의료과에서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현재 나온 안으로는 목표가 달성될 수단이 미흡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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