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내란’ 15번 언급에도 계엄 위법성 판단 안해… 尹선고방향 안갯속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24일 17시 21분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을 앞두고 재판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한 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2025.3.24. 공동취재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을 앞두고 재판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한 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2025.3.24. 공동취재
헌법재판소는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기각하면서 소추 사유 중 하나인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 행위에 대한 공모·묵인·방조에 대해 “적극적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자료는 없다”고만 판단했다. 계엄 선포의 위법성이나 국무회의의 적법성 등에 대해 구체적인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이다.

한 총리 소추 사유 중 ‘내란 공모’는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와 직접 연관된 부분으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는 쟁점으로 지목돼 왔다. 그러나 헌재가 구체적인 판단을 내놓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 선고기일과 선고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계엄 위법성’ 판단하지 않은 헌재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2025.3.24.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2025.3.24. 대통령실사진기자단
40쪽 분량의 한 총리 탄핵심판 결정문 중 ‘내란 행위’에 대한 판단은 1쪽에 불과했다. ‘내란 행위’ ‘내란 수사’ 등 내란 관련 언급도 15번만 나왔다. 우선 헌재는 한 총리의 사전 공모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한 총리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불과 약 2시간 전 무렵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게 됐을 뿐 그 이전부터 이를 알고 있었다고 인정할 자료는 없다”고 밝혔다.

국무회의에 대해서도 헌재는 “한 총리가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고자 회의 소집을 건의한 사실은 인정되나 여기서 더 나아가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하거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 행위를 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결정문에 적시했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이후 국무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는 소추 사유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결국 헌재는 한 총리의 ‘공모’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계엄 선포의 위법성을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봤고, 국무회의 성립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도 확정하지 않은 것이다. 한 총리의 ‘내란 공모’ 사유가 윤 대통령의 ‘내란 행위’ 사유와 연관돼 한 총리에 대한 헌재 결정에 따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방향을 유추할 수 있을 거란 법조계 전망이 무산된 셈이다.

수도권 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헌재가 윤 대통령 사건 결론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의도적으로 감춘 것으로 보인다”며 “한 총리가 계엄 선포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본 이상 계엄의 적법성을 정면으로 다룰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 절차적 쟁점 판단도 尹 선고 때 나올 듯

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지난 1월 26일 구속기소 된 지 41일 만, 1월 15일 체포된 후 52일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2025.3.8. 뉴스1
법원의 구속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지난 1월 26일 구속기소 된 지 41일 만, 1월 15일 체포된 후 52일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2025.3.8. 뉴스1
헌재가 이날 12·3 비상계엄의 위법성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서 비상계엄의 첫 사법적 판단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때 다뤄지게 됐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형법상 내란죄 소추 사유 철회’, ‘검찰 수사기록 증거 채택’ 등 절차적 쟁점에 관한 판단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때 내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회 측은 한 총리 탄핵심판에서도 “헌법 위반 여부만 따지겠다”며 내란죄를 소추 사유에서 철회했다. 다만 한 총리 측은 ‘내란죄 철회’를 각하 사유로 주장하지는 않았고, 헌재도 이날 선고에서 별다른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이 “내란죄는 탄핵소추안의 70% 이상을 차지해 이를 삭제한 소추안은 중대한 사정 변경”이라며 각하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 선고 때는 헌재가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 총리 탄핵심판에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기록이 증거로 채택됐는데, 헌재는 이에 대한 판단도 내놓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은 수사 중인 사안은 수사기록을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부분도 헌재가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일각에선 헌재가 계엄의 위법성과 절차적 쟁점 등을 모두 세세하게 따지기 위해 윤 대통령 선고를 다음 달로 미룰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법조계 인사는 “재판관들 사이에서 계엄 선포 및 국무회의의 위헌·위법성에 대한 판단이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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