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호텔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과학수사대 화재감식팀, 소방 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립재난안전원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2025.2.16/뉴스1
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리조트 공사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6명이 숨진 가운데 안전 관리 등에 총괄 책임이 있는 시공사가 며칠째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아 비판이 일고 있다.
반얀트리 시공사인 삼정기업과 삼정이앤씨는 화재 발생 나흘째인 18일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리조트 준공 승인을 받은 시공사는 화재 당일 40여 개 업체의 근로자 840여 명을 투입해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현장 작업자에 따르면 시공사는 2월 말까지 인테리어 공사를 끝날 예정이었다.
국내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담당 기업은 통상적으로 사고 후 사과와 재발 방지 등을 담은 공식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해 12월 29일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뒤 제주항공은 김이배 대표 명의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달 28일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가 발생한 다음 날 에어부산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취지의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실었다.
전문가와 지역 시민사회는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인 시공사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은 “원인이 어떻든 6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총괄 책임을 진 시공사는 유족과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내용이 담긴 입장을 최우선으로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주철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하청의 하청의 하청이 공사를 맡는 재하도급 관행이 반얀트리 리조트 현장에 만연해 있었을 수 있다”며 “원청인 시공사가 사고 발생에 대한 실질적 책임이 없다며 발뺌하려고 입장 밝히길 꺼리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화재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도 장례식장에서 “시공사가 합의와 보상을 먼저 언급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시공사는 공식 입장 표명보다는 조용히 유족을 찾아 위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삼정이앤씨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사고 원인이 규명될 수 있도록 경찰 등 당국의 조사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며 “너무 혼란한 상황이어서 지금까지는 유족과 부상자를 찾아 위로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경찰청 수사팀 관계자는 18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원청과 하청 등의 공사관계자를 조사하고 현장 감식 등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의 부주의가 사고에 영향을 끼쳤는지 조사해 과실이 확인되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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