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100일]
“사직한다고 사태 해결에 도움 안돼”
상설협의체-국회 내 협의기구 요구
국민-전공의에 눈물로 사과하기도
곽재건 서울의대 교수가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통령실 레드팀께 : “의료개혁, 이대로 좋습니까”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28일 기자회견에서 “환자와 국민이 더 다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병원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통령실과 국회에는 “현재의 시설과 교수진으로 가능한 증원(10% 미만)은 내년도에 일단 하고 협의체를 만들어 과학적 근거가 나오면 제대로 의사 증원을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대로라면 의료 파국은 정해진 미래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면 대통령은 우리나라 의료계를 붕괴시킨 책임자로 손가락질받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달 초 “병원을 떠나겠다”고 밝혔던 방재승 전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개인적으로 진료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소수가 사직한다고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거냐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또 “정부가 정책을 밀어붙일 때 사실상 교수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저를 키워준 병원을 어떻게든 지켜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곽재건 비대위 부위원장도 “환자들이 언제까지 일하느냐고 종종 물어보는데 힘들어도 끝까지 버틸 생각”이라며 “눈앞에 환자가 있는데 다른 생각은 못 할 것 같다”고 했다. 하은진 비대위원도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돌아올 때까지 최대한 버텨서 같이 손을 잡고 환자들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교수들은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1509명 늘어나는 것에 대해선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수험생과 학부모가 혼란에 빠지기 때문에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전혀 바꿀 수 없는 원칙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고 했다. 또 “정부가 불러주면 언제든 나갈 수 있다”며 대화 의지를 밝혔다.
이날 비대위는 대통령실에 “상설 협의체를 만들어 달라”고 제안했고 22대 국회에는 “의료전문가 집단이 포함된 국회 내 협의기구를 설치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서울대 교수들은 내년 2월까지 ‘의사 수 추계 연구 공모’를 진행하고 필요 의사 수를 산출할 계획이다.
이날 교수들은 국민과 전공의에게 눈물로 사과하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피해자가 되신 국민들께 정말로 죄송하다. 또 상아탑에 갇혀 제 분야만 생각하고 책임을 방기했던 걸 후회하고 (전공의들이) 사직과 병원을 떠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을 지경으로 만들어 정말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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