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발 물러서도 강경한 의료계…환자들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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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4월 21일 1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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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찾은 시민들 "의사도 양보해야"
"밀어붙이는 쪽이 이기는 건 아닐것"
오는 25일엔 의대 교수 사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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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과대학(의대) 정원 2000명을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게 하며 내년 3월부터 늘어날 예정이던 의대 신입생 수가 많게는 1000명까지 줄어들게 됐다.

하지만 의사 단체들이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고수하며 정부 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료 파행이 앞으로도 단시일 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뉴시스가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병원에서 만난 시민들은 정부가 대화의 물꼬를 텄지만 의사들이 응하지 않아 의정 갈등이 계속될 것 같다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말 오전부터 암 환자인 어머니의 치료를 위해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이모(43)씨는 “정부가 교육계가 요청한 의대 증원 자율 모집을 수용했지만 의사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 같다”며 “지난 몇 년을 보더라도 의사가 꼬리 내린 적은 한 번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응급실 앞 복도에서 만난 주모(42)씨도 “지인의 아내가 암 판정을 받았지만 의사가 없다고 수술을 못 잡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사람들이 진짜 의사가 맞나 싶었다”며 “항암 치료 중인 어머니가 언제 통증을 호소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응급실 진료에도 큰 차질이 생길까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오후에도 병원은 진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 환자들과 그 보호자들로 붐볐다. 이들은 의료계도 강경한 태도만 고수할 게 아니라 일정 부분 양보해 의료 공백 상황을 빠른 시일 내에 끝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 용인에서 왔다는 한모(54)씨는 “대통령도 그렇고 정부가 이제 양보하겠다고 하는데 의사는 왜 그렇게 강하게만 나가는지 모르겠다”며 “싸울 수는 있지만 양보를 하나도 안 하고 밀어붙이는 쪽이 이기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의사들이 모르는 것 같은데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고 했다.

암 투병 중인 할머니의 병문안을 왔다는 최모(29)씨도 “처음에는 정부가 너무 강하게 밀어붙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며 “의사들도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 카드를 아예 꺼내지도 않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최씨는 “어릴 때 마트에서 사고 싶은 게 있다고 누워서 떼를 써도 어머니가 사주지 않았다”며 “의사들이 원하는 게 있는 건 알겠는데 약간 물러서기도 하며 주장할 건 또 주장하고 해야 하는데 우기기만 하는 모습이 너무 어리석은 것 같다”고도 했다.

한편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등 의료계 단체들은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교수 사직과 외래·입원환자 진료 재조정을 오는 25일부터 예정대로 실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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