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전국 최초의 ‘결혼장려팀’… 대구 달서구 8년 성과 큰 보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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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초저출생 사회 예측해 역량 집중… 165쌍 부부의 연 맺어 정책 결실
가정의 달 표창-장관상 등 받기도
지역 공원 웨딩 친화적으로 조성… 이달부턴 타 지자체 연합 소개팅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은 12일 “인구와 저출산 문제의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이 꼭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확한 진단이 나오고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달서구가 그 모범 사례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 제공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은 12일 “인구와 저출산 문제의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이 꼭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확한 진단이 나오고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달서구가 그 모범 사례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 제공
“누가 뭐라고 해도 정도(正道·올바른 길)라고 믿었습니다.”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은 12일 동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2016년 전국에서 처음 신설한 뒤 여러 성과를 낳았다고 평가되는 ‘결혼장려팀’의 원동력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어 이 구청장은 “미리 앞을 내다보고 판단할 줄 아는 선견지명은 이 시대의 리더가 반드시 갖춰야 하는 역량이라고 본다. 옳다고 판단되면 뚝심으로 밀어붙이는 강한 의지도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달서구 결혼장려팀의 출발은 쉽지 않았다. 구청 안팎에서 지방자치단체가 할 일이 아니라는 식의 따가운 시선이 적지 않았다. 논란이 계속되면서 조례 제정을 통한 예산 확보도 쉽지 않았다. 이 구청장은 “당시 지역 언론조차 비판에 가세했다. 모두를 설득하는 과정은 험난했다”고 회상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은 2016년 1.17명이었지만, 최근 0.6명대까지 떨어졌다. 인구수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2.1명에 턱없이 부족해 인구 절벽이라는 재앙을 넘어 국가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이 구청장은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원인을 진단하면서 앞서 초저출생 사회를 예측하고 행정 역량을 집중한 것이 바로 적중했다. 결혼장려팀을 벤치마킹하려는 전국 지자체의 문의가 쇄도하고 몇몇은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다양한 공모사업 등을 시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달서구는 2018년 9월 6일 결혼 특구 선포식을 열었다. 선포식 날은 ‘96데이’로 명명했다. 결혼하기 좋은 9월을 맞아 친구(9)에서 연인으로 결혼해 육(6)아까지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았다. 그해 공모전을 통해 금실 좋은 부부를 상징하는 원앙새 캐릭터 ‘신랑 달이, 신부 서리’ 를 선보였다.

달서구는 월광수변공원과 배실웨딩공원을 프러포즈나 작은 결혼이 가능한 웨딩 친화 공원으로 조성하는 등 관련 인프라도 꾸준히 확충하고 있다. 또 여성가족부의 가정의 달 기념 유공 대통령 표창과 행정안전부의 저출산 극복 우수시책 장관상을 받는 등 ‘대한민국 결혼 1번지’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이 구청장은 “민관 협력과 청춘 만남 행사 주선, 설명회 개최, 상담실 운영 등을 통해 최근까지 165쌍을 결혼시켰다. 무모해 보였던 정책을 실현한 보람을 느끼면서 요즘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했다.

이달부터는 다른 지자체와 지역 대학 등과 연계한 미혼 남녀 데이트를 주선한다. 이 구청장은 “대구 지역 단체장과 직접 통화하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모두 흔쾌히 동참하겠다고 해서 정말 기뻤다”고 말했다.

최근 달서구는 결혼 장려 정책을 업그레이드했다. 청춘을 응원하고 인구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뉴(NEW) 새마을운동, 잘 만나보세’를 전개하고 있는 것. 이 정책은 1970년대 ‘잘살아 보세’ 새마을운동 정신을 재해석했다. 미혼 남녀의 만남과 출산을 통한 아이와의 첫 만남 등 생애주기별로 소중한 만남을 이어가며 ‘다 함께 잘살아 보세’라는 의미의 새 시대 정신 운동을 펼치겠다는 구상이다. 이 구청장은 “올해는 연애 결혼 중매 이야기 이벤트와 이색적인 프로그램으로 참여하는 청춘 남녀 대상자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혼 장려 정책을 시행하면서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그간 중앙부처와 국회 등에 서한을 보내고 우리나라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허공의 메아리였다. 지금 우리 모두 벼랑 끝 위기에 서 있는 만큼 이제는 달라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이태훈#대구#달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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