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수험생 진단해 개인 맞춤형 문제 제시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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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취약계층에게 교육 기회
인터넷 강의-멘토링 무료로 지원
도입 3년 맞은 ‘서울런’ 업그레이드
80만 개의 EBS 문항 맞춤 제공

2일 오후 서울 중구 시립서울청소년센터에서 대학생 멘토 강민기 씨(왼쪽)가 고등학교 3학년 안모 군에게 ‘서울런’ 홈페이지를 
활용해 수능 영어 수업을 하고 있다. 서울런은 취약계층 학생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서울시가 도입한 제도로 일대일 멘토링,
 온라인 강의 수강 등을 제공한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2일 오후 서울 중구 시립서울청소년센터에서 대학생 멘토 강민기 씨(왼쪽)가 고등학교 3학년 안모 군에게 ‘서울런’ 홈페이지를 활용해 수능 영어 수업을 하고 있다. 서울런은 취약계층 학생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서울시가 도입한 제도로 일대일 멘토링, 온라인 강의 수강 등을 제공한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같이 공부하는 선생님이 생긴 뒤로 대학을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게 됐어요.”

2일 오후 8시 반경 서울 중구 시립서울청소년센터에서 고등학교 3학년 안모 군(18)은 맞은편에 앉은 과외 선생님 강민기 씨(22)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겉으로 보기엔 흔한 과외 선생님과 학생처럼 보였지만 둘이 만나게 된 계기는 특별했다. 바로 서울시에서 취약계층 학생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서울런’ 사업을 통해 인연을 맺은 것이다. 매주 2시간씩 영어 과외를 받는다는 안 군은 “선생님이 입시 공부를 한 지 얼마 안 돼 최근 수능 기출 트렌드에 맞춰 공부할 수 있어 좋다”며 “대학 생활에 대한 얘기도 많이 들어서 동기 부여가 잘된다”고 말했다.

● 취약계층 학생의 교육 사다리 ‘서울런’

서울런은 사회·경제적 이유로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에게 공정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서울시가 마련한 사업이다. 2021년 8월 처음 출범한 이후 취약계층 6∼24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유명 인터넷 강의 수강과 대학생과의 일대일 멘토링 등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이날 안 군과 강 씨는 센터에서 약 2시간 동안 수능 영어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이 진행되는 내내 안 군은 강 씨의 모의고사 해설에 귀를 기울였다. 강 씨는 “처음엔 (안 군이) 단어 암기도 어려워했고 독해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이제는 문제를 풀면 정답률도 높게 나와 뿌듯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서울런의 멘토와 멘티로 처음 만났지만 약 5개월간 과외를 하며 이제는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사이가 됐다. 고려대 지리교육과에 진학 중인 강 씨는 “처음엔 꿈이 교사라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경험을 쌓으려고 지원했다”며 “이제 이 진로가 나랑 잘 맞는 것도 알게 됐고, 학생들에게 지식을 나누며 같이 발전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안 군도 “서울런에 참여하게 되면서 교육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며 “특히 저소득층에게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정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런 회원인 고3 이상 학생 중 수능 응시자는 1084명으로 이 중에서 682명이 대학에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를 비롯해 서울 내 11개 대학과 의·약학 계열 등 특수목적계열 대학 진학 인원도 122명으로 지난해 78명보다 56.4% 증가했다. 총 학습 시간은 1인당 평균 6916분(약 115시간)으로 전년 4360분(약 72시간)보다 59%가량 늘었다.

● AI 학습진단서비스 새롭게 도입

시는 서울런 도입 3년 차를 맞아 올해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인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AI)이 접목된 학습진단서비스다. 서울런 회원이면 누구나 ‘AI 학습진단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AI가 학습진단 결과를 반영해 80만 개의 검증된 EBS 문항 중 개인맞춤형 문제를 제시하고, 자주 틀리는 문제는 반복해서 풀 수 있도록 한다. 또 EBS 해설강의도 제공해 이해를 돕는다.

강의 선택의 폭도 넓혔다. 시는 지난해 말 EBS와 업무 협약을 맺고 올해 초 서울런에 EBS 온라인 사이트 연계를 완료했다. 다가오는 방학 기간에는 서울런 수강생을 대상으로 EBS 명강사 초청 오프라인 특강도 개최할 계획이다. 시는 학생들의 마음 건강을 챙기기 위해 ‘정서지지 특별멘토’ 50명도 운영할 예정이다. 서울런 졸업생을 중심으로 우선 선발한다. 구종원 서울시 평생교육국장은 “서울런은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냉혹한 현실 속에도 청년들이 좌절하지 않고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라며 “향후 서울런 수준을 높이고 서울런 참여자들이 다시 후배들의 멘토로 나서는 ‘희망의 선순환’이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서울런#취약계층 교육#ai 학습진단#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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