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시켜줘” 병원 침대에 불 지른 70대 1심 무죄…왜?

  • 뉴시스
  • 입력 2024년 3월 25일 10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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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 직전 병원 직원 의해 침대에 묶여
檢 "불만 품고 건물 전체 불태우려 했다"
法 "심한 출혈로 판단력 잃어 고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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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을 시켜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병실 침대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그에게 병원에 화재를 일으키려는 고의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강두례)는 현주건조물방화미수로 기소된 7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오전 8시께 서울 동작구 소재 한 병원에서 소지하고 있던 라이터를 이용해 자신이 누워있던 침대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그는 병원 직원들이 자신을 퇴원시켜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으나 근처에 있던 간호사가 이를 발견, 초기에 불을 꺼 화재로 이어지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병원 건물 전체를 불태우려고 한 것으로 판단해 지난해 12월 그를 기소했으나,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신 A씨의 건강상태에 주목했다.

사건 당시 A씨는 지속적인 혈변 증세로 입원 중이었는데, 당시 그의 헤모글로빈 수치는 5.5로 수혈 권고치인 7 이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지속적인 출혈 증세로 인해 A씨가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특히 출혈 중에도 수시간에 걸쳐 퇴원을 요구하던 A씨는 이를 말리는 병원 직원들을 구타하기도 했는데, 이에 병원 측은 A씨에게 정신질환 치료제 ‘쿠에티아핀’을 투여한 뒤, 억제대를 이용해 그의 양팔과 양다리를 침대에 묶어놨다고 한다. 해당 약물은 졸림 증상을 부작용으로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판단력이 흐려진 A씨가 구속상태를 풀기 위해 불을 질렀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침대에 불을 놓고도 침대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A씨에게 병원 전체를 태우려는 고의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재판부는 “피고인(A씨)이 누워있던 침대와 시트가 일부 불타고 벽면이 그을린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피고인이 자신을 구속하고 있던 억제대를 풀려고 불을 붙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 사건은 서울고법이 심리하게 됐다. 항소심 첫 기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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