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칼 보도하며 ‘여자애들 패요’ 자막 송출한 MBC 기자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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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1월 23일 1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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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내보낸 ‘당근칼’ 보도 원본. MBC 유튜브 캡처
MBC가 내보낸 ‘당근칼’ 보도 원본. MBC 유튜브 캡처

‘당근칼’의 위해성을 보도하면서 인터뷰에 응한 남자 초등학생이 실제 한 발언과 다르게 자막을 송출해 논란을 일으킨 MBC 기자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

MBC경남 A 기자는 2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논란이 된 인터뷰 내용과 관련해 내부 논의와 여러 차례 확인 절차를 거쳐 정정 보도가 나갔다”며 “원본 음성은 보도에 나간 음성 변조된 음성보다 강한 발음이 들린다. 그렇다 보니 현장에서 직접 이야기를 들을 때도, 편집할 때도 여러 번 들었으나 잘못 인식한 것 같다”고 했다.

A 기자는 “시청자분들께서 지적해 주신 덕분에, 내부 선배들께서 귀를 모아 여러 차례 다시 들어보고 바로잡을 수 있었다”며 “제 불찰로 마음이 불편하셨을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했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전혀 그럴 생각도 없었고, 그렇게 비치길 의도하지 않았음을 말씀드린다”며 “남녀 갈등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나 생각도 없었다. 참고로 한 쪽 성별이나 혐오를 지지하는 등의 커뮤니티 활동도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의 안전과 올바른 교육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한 취재가 도리어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는 기사가 됐다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다”며 “회사 내에서 있을 징계나 조치 등은 달게 받겠다”고 했다.

지난 21일 MBC 뉴스데스크는 최근 초등학교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소위 ‘당근칼’의 위해성을 경고하는 보도를 냈다. 당근을 연상시키는 플라스틱 칼이 실제 과일 껍질들을 뚫는 파괴력을 가진다면서 교육 당국의 지도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인터뷰에 응한 남자 초등학생이 실제로 한 발언과는 다른 자막을 달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초등학생은 “(당근칼을)여자애들도 해요”라는 취지로 말했지만 뉴스 자막은 “(당근칼로)여자애들 패요”라고 말한 것처럼 표기했다. 이 때문에 일부 여성 중심 커뮤니티에선 해당 초등학생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MBC는 문제가 된 인터뷰 부분만 삭제하고 수정본을 별다른 입장 없이 올렸다가 22일 오후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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