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응급실 표류’ 비극…“상급병원 경증 환자 이용금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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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5월 31일 11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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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응급의학의사회 입장문 발표

참고 이미지. 뉴시스
참고 이미지. 뉴시스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최근 중증 환자가 구급차에 실려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다니다 도로 위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른 데 대해 비극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응급실 병상의 대부분이 경증 환자로 채워져 있는 탓에 중증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31일 입장문을 내고 “‘응급실 뺑뺑이(표류)’의 원인은 의뢰한 병원의 배후 진료 능력 부족 때문으로 환자를 치료할 만큼의 의료자원이 없었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중증외상 환자라면 최소 중환자실과 응급외상 수술팀이 갖춰져 있어야 응급실에 받을 수 있다”며 “치료결과가 나쁠 경우 민·형사 소송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송 문의 거절에 대한 언론재판과 실제 법적 처벌까지 가시화될 때 응급의료진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되고 응급의료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의사회는 경증 환자의 경우 지역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응급환자는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인식 개선과 함께 논의체를 구성해 관련 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상급종합병원 과밀화 해결, 경증 환자 119이송과 응급실 이용 자제, 취약지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 비정상적인 응급실 이용 행태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송 문의를 받고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현장 의료진이 병원의 역량과 상황을 고려해 판단하는 것으로 처벌 대상이 아니다”면서 “근본적 원인인 상급종합병원 과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 논의체를 구성하고 경증 환자 119이송금지 및 상급병원 경증 환자 이용금지 특별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무조건 가까운 응급실에 빨리 환자를 내려놓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은 아닐 것”이라며 “응급의료진들을 희생양 삼아 공분을 돌린다고 예방가능한 응급·외상환자 사망률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증 환자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숨진 사고는 전날에도 발생했다. 용인에서 70대 남성이 교통사고를 당한 뒤 10분 만에 119구급차에 탑승했다. 이 환자는 구급대가 도착했을 당시만 해도 의식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병원 12곳에서 환자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약 2시간 동안 입원할 응급실을 찾지 못해 길 위에서 ‘표류’하다가 사망한 것이다.

지난 3월에도 대구에서 10대 소녀가 건물에서 추락했다. 당시 119구급대는 신고 4분 만에 도착했지만, 응급실을 찾지 못해 2시간 넘게 ‘표류’하던 10대 소녀는 결국 사망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이달 초 당시 10대 환자의 수용을 거부한 의료기관 4곳에 정당한 사유없는 수용 거부를 이유로 시정명령과 이행시까지 보조금 지급 중단 등의 처분을 내렸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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