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괌옥’ 탈출… 비행기표 받고 울어” 괌 관광객 속속 귀국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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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인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엄마가 왔다!”
29일 오후 9시 반 인천국제공항. 김모 군(11)과 김모 양(8)은 알록달록한 색으로 ‘조○○, 환영합니다’란 환영 문구를 담은 스케치북을 든 채 초조하게 입국장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러다 엄마가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단숨에 달려가 안겼다. 엄마 조 씨는 20일 친정 가족과 태평양 휴양지 괌으로 여행을 떠난 지 9일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21일 괌에 여행을 갔던 아내와 두 딸, 손녀를 이날 오후 10시 24분경 맞이한 곽병우 씨(65)는 “못 돌아올까봐 걱정했는데 살아돌아온 느낌이라 반갑다”며 환하게 웃었다. 8일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손녀 김도은 양(2)은 ‘I ♥ GUAM’이라고 적힌 괌 기념 티셔츠를 입은 채 유모차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괌 여행 8일 만인 29일 오후 10시 24분경 한국에 도착한 가족들을 맞이한 곽병우 씨가 괌에서 온 손녀딸이 탄 유모차를 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인천=최원영 기자 o0@donga.com


태평양 휴양지 괌을 덮친 초강력 태풍 ‘마와르’ 때문에 발이 묶였던 관광객들이 하나둘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이날 오후 8시 45분경 고립됐던 한국인 관광객 188명을 태운 진에어 LJ942편이 한국 땅에 착륙하자 기내에선 승객들의 박수 소리와 환호 소리가 울려 퍼졌다고 한다. 29일 오후 괌 국제공항 운영이 재개되면서 이날 밤 진에어를 시작으로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대한항공 항공기 등을 타고 고립됐던 한국인 관광객들이 속속 입국했다.

● 고립됐던 관광객, 인천공항으로 속속 입국
인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인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28주차 임산부 정소희 씨(33)도 이날 12일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태교 여행차 괌을 찾았던 정 씨는 “혹시 한국에 못 올까봐 불안했는데 한국 땅을 다시 밟으니 이제야 고국에 돌아온 실감이 난다”고 했다. 23일이던 귀국 예정일보다 엿새 늦게 도착한 조모 씨(38)는 “빨리 집에 가서 씻고 에어컨 바람을 쐬고 싶다”고 했다.

위한솔 씨(35)는 대한항공 KE8422편으로 29일 밤 12시경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위 씨는 이날 출발 직전 동아일보와의 메신저 대화에서 “가족들과 물을 구하러 마트를 돌다가 세 번째 마트에서 허탕을 치고 이동하던 중 탑승 확정 소식을 듣고 눈물이 났다”며 “공항에서 비행기 티켓을 받고 다시 울었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꿈만 같다”고 했다. 또 “도움을 준 영사관 관계자와 교민들, 현지 주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29일 한국인 관광객을 태우기 위해 괌으로 떠난 비행기는 모두 11편이다. 외교부는 30일까지 이들 비행기를 타고 약 2500명이 입국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늦어도 31일까지는 귀국을 희망하는 관광객들이 모두 한국에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현지에 고립됐던 한국인 관광객을 약 34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 “드디어 ‘괌옥’ 탈출”
인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인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괌 현지에선 기존에 예약했던 항공사의 항공편 출발 순서대로 관광객에게 대체 항공편을 배정하고 있다. 고립됐던 한국인 관광객들은 귀국 항공편 확정 소식을 듣고 곳곳에서 환호성을 질렀다고 한다.

22일 남편과 함께 신혼여행을 왔던 A씨(32)는 “언제 집에 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매일 눈물이 났다”며 “하루빨리 ‘괌옥’(괌+감옥)에서 탈출하고 싶었는데 30일 오후 5시 항공편으로 귀국하게 됐다”고 했다. 또 “하루만 더 버티면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너무 좋다. 괴로웠던 신혼여행 때문에 앞으로 다시는 괌에 안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대체 항공편이 확정되지 않은 이들도 있다. 당초 괌 공항이 다음 달 1일 운영을 재개한다는 소식을 듣고 항공편을 그 후로 변경한 관광객들은 대체 항공편 배정에서 후순위로 밀려 현지에서 가슴을 졸이고 있다.

어머니 환갑을 맞아 인천 남구에서 가족여행을 왔다는 강모 씨(28)는 “공항 운영 재개 날짜에 맞춰 다음 달 2일 항공편으로 변경했는데 당장 재변경이 안 돼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며 “공항에 가 대기하고 싶어도 당뇨와 고혈압 증세가 있는 어머니의 몸 상태가 안 좋아 곁을 떠날 수 없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일부 관광객들은 조금이라도 출발 시간이 빠른 항공편 잔여석을 구하기 위해 괌 공항을 찾아 대기했다. 딸과 함께 여행을 왔다가 고립됐다는 권선옥 씨(63)는 “괌 공항에서 대기 명단을 작성한 뒤 간신히 29일 오후 출발하는 잔여석을 얻어 한국에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인천=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인천=최원영 기자 o0@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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