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를 위한 고령자 승강기 안전[기고/이용표]

  • 동아일보

이용표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이사장
이용표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이사장
국토 면적은 좁고 인구밀도는 높은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공동주택은 갈수록 고층화되어 요즘은 중소도시에도 수십 층 높이의 마천루가 즐비한데, 이는 건축기술의 발달과 함께 승강기라는 수직교통수단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생활양식의 변화로 걸어서 장보러 가기보다는 승강기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대형마트나 쇼핑몰을 선호하고, 지하철을 이용할 때도 계단을 오르내리기보다 승강기를 많이 이용한다. 이제 승강기는 단 하루만 멈춰서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필수적인 수직교통수단이 되었다.

자동차나 항공기, 선박 등 일반적인 교통수단은 일정한 자격을 가진 사람에 의해 운전되는 반면 승강기는 불특정 다수의 이용객들이 기계적인 장치와 버튼 조작만으로 상시적으로 이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훨씬 더 안전이 중요시되고 강조된다.

2월 말 현재 국내 승강기 보유 대수는 81만6000여 대로 세계 7위다. 이렇게 많은 승강기가 운행되다 보니 심심찮게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지난해 발생한 승강기 중대 사고는 모두 54건이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과 여러 기관·단체들이 협업하여 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한 결과 전년의 75건에 비해 28%가 줄었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승강기 사고 예방을 위해 인기 유튜버와 함께 어린이 눈높이 맞춤형 안전교육 콘텐츠를 제작·홍보하여 큰 인기를 끌었다. 고령자들의 흥을 돋울 수 있는 안전체조를 만들고, 장애인과 벽지 아동들을 위해 찾아가는 안전체험교육도 전개했다. 시니어승강기안전단을 운영하여 승강기 안전과 함께 고령자 일자리도 창출했다. 이와 함께 대중매체를 통한 안전 홍보를 강화하여 안전 문화를 개선하고 확산하였다.

하지만 지난해 승강기 사고 피해자 중 65세 이상이 29명(52.7%)에 달해 고령자 사고가 줄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이다. 2023년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자는 950만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18.4%에 달한다. 내년에는 1000만 명을 넘어서 인구 5명 중 1명은 노인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백세시대가 눈앞에 도래한 것이다. 나이가 들면 안전사고에 대처할 수 있는 신체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안전수칙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지난 4년간 발생한 승강기 안전사고를 보면 에스컬레이터 사고의 56.6%가 고령자이며, 이 중에서 넘어진 사고가 92.2%인 것으로 나타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할 때에는 넘어지지 않도록 손잡이를 잡고 타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

올해도 우리 공단은 고령자들의 특성을 고려한 승강기 안전 정책을 개발하고 유관기관들과 협업해 고령자 맞춤형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해 나갈 것이다. 무엇보다 고령자들과 함께 승강기를 이용할 때에는 내 부모를 섬기듯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승강기 안전은 나 혼자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해야 든든하게 지켜진다.

#백세시대#고령자#승강기#안전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