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당 0세 아이 2명 밀착 돌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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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운영 시작한 서울 ‘0세 전담반’
학부모 “나보다 더 잘 돌봐” 호평
市, 내년까지 50곳 추가 운영 방침

지난달 30일 서울 구로구 국공립 하영어린이집 ‘0세 전담반’에서 교사들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시는 지난달부터 교사 1명당 
생후 12개월 미만 영아 2명을 돌보는 ‘0세 전담반’을 운영하고 있다. 전담반은 올해 101개 반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50곳을 
추가로 운영할 계획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지난달 30일 서울 구로구 국공립 하영어린이집 ‘0세 전담반’에서 교사들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시는 지난달부터 교사 1명당 생후 12개월 미만 영아 2명을 돌보는 ‘0세 전담반’을 운영하고 있다. 전담반은 올해 101개 반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50곳을 추가로 운영할 계획이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어머, 아기 팔등에 붉은색 점 같은 게 올라오거든요. 원래 그랬나요?”

지난달 30일 서울 구로구 국공립 하영어린이집 ‘0세 전담반’에서 아이에게 이유식을 먹이던 김선미 교사(44)가 어머니에게 말했다. 김 교사가 옷소매를 올리자 팔에 옅은 붉은 점 두 개가 보였다.

아이 적응을 돕기 위해 함께 등원했던 어머니가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당황하자 김 교사는 “아침까진 없었는데 지금 막 올라온 것 같다”며 이유식에 들어간 식재료들을 모두 알려주고 알레르기 반응을 살펴볼 것을 권했다. 처음 접하는 음식이 많은 생후 24개월까지 식품 알레르기가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지난달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한 ‘0세 전담반’이 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시는 101개 반을 시범 운영 교실로 선정해 지난달부터 운영 중이다.

● ‘밀착 돌봄’으로 아이 상태 파악

‘0세 전담반’은 생후 12개월 미만의 영아를 안전하게 돌보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다. 법적으로는 보육교사 1명이 영아 3명을 돌보게 돼 있는데, 0세 전담반의 경우 시 지원으로 보육교사 1명이 영아 2명만 돌보게 했다. 대신 전담반 보육교사는 서울시여성가족재단과 시가 진행하는 36시간의 역량 강화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이날 동아일보 기자가 1시간 반가량 지켜본 하영어린집 0세 전담반에는 등록된 영아 4명 중 2명이 등원해 있었다. 교사 2명은 아이를 한 명씩 밀착해 살폈다.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동안 내내 옆에 머물며 손을 잡아주고, 손수건으로 입을 수시로 닦아줬다.

김 교사는 “한 번에 아이 1명만 살피다 보니 울음으로 어떤 걸 표현하는지 모두 느낄 수 있다”며 “혼자서 아이 3명을 돌보면 손이 모자랄 때가 많은데 지금은 아이들과 감정적으로 교류하면서 부모님에게도 더 많은 피드백을 드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내년까지 50곳 추가 운영

아이들이 머무는 방의 크기도 일반 어린이집에 비해 넓었다. 기자를 포함해 성인 5명이 한 교실에 있었음에도 여유 공간이 있을 정도였다. 시는 0세 전담반 어린이집 모집 기준으로 1인당 보육 공간 면적을 기존 2.34㎡에서 2.64㎡로 늘렸다. 시 관계자는 “안전사고 우려를 줄이고 더 넓은 공간에서 아이들을 보육할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시범사업 선정 시 기준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부모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12개월 된 아들을 보내고 있다는 김채윤 씨(39)는 “정부에서 지원되는 베이비시터 파견 서비스를 이용할까 고민하다 0세 전담반 소식을 듣고 어린이집 등원을 결심했다”며 “선생님들이 아이를 저보다 더 잘 돌봐주시는 걸 보니 잘한 선택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생후 7개월 된 딸아이를 등원시킨다는 박예슬 씨(31)는 “아이가 등원하면서 오전에 잠깐 커피를 마시는 등 온전한 ‘저만의 시간’이 생겨 정말 좋다”고 했다.

시는 연내 0세 전담반 사업의 효과를 모니터링한 뒤 내년까지 50곳을 추가로 선정해 운영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학부모 설문조사 등을 분석해 보건복지부에 사업 확대를 건의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부모들이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책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서울시#어린이집#0세 전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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