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풀려고…” 산 정상석 뽑고 다닌 대학생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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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2월 20일 20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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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시 불암산 애기봉 정상(빨간색 동그라미 부분은 정상석이 설치돼 있던 장소). 뉴스1
남양주시 불암산 애기봉 정상(빨간색 동그라미 부분은 정상석이 설치돼 있던 장소). 뉴스1
지난해 서울과 경기 북부 일대 산을 돌아다니며 정상석과 안전로프 등을 훼손했던 20대 남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형사1단독(부장판사 정혜원)은 20일 특수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기소된 2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여러 산봉우리에 설치된 정상석과 로프를 손괴한 점은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피해자 일부와 합의한 점은 정상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 씨는 지난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약 3개월간 서울과 경기 남양주시 등에 걸쳐 있는 수락산, 불암산 봉우리 5곳의 정상석과 안전로프 1개를 잇달아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의 첫 범행은 2021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 노원구 수락산 도솔봉 정상에 오른 A 씨는 도솔봉 정상석을 산비탈 아래로 추락시켰다. 정상석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는 등산객들의 모습을 보고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첫 번째 범행을 저지르고 약 한 달이 지났을 무렵인 지난해 1월 말에는 접이식 톱으로 수락산 기차바위의 안전로프 6개를 잘라 끊어버렸다. A 씨는 이 범행 역시 “등산객들이 정상에서 기뻐하는 모습이 보기 싫어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어 그는 같은 해 2월 말 수락산 도정봉 정상석을, 3월 중순 수락산 주봉 정상석을 흔들어 빼낸 뒤 비탈 아래로 굴렸다. 3월 말에는 불암산 애기봉 정상석과 수락산 국사봉 정상석을 훼손했다.

수준급의 등산 실력을 가진 A 씨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주로 이른 아침 시간대를 노렸다고 한다. 범행에 사용한 장비는 흔히 ‘빠루’로 불리는 노루발못뽑이와 접이식 톱이었으며, 하산 중 산 중턱에 버려 증거를 인멸했다.

경찰 조사에서 A 씨는 학교에서 무시당한 데서 받은 스트레스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우발적으로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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