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좌석 아이들 듣는데…택시 막고 욕설한 벤츠 운전자의 최후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2월 1일 14시 31분


차선변경 시비로 택시를 막아 세운 뒤 욕설을 한 운전자가 ‘아동학대’등의 혐의로 처벌을 받게 됐다.

당시 상황을 택시에 타고 있던 아이들이 보게 됐는데, 이는 아동학대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다.

1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남균 판사는 택시기사에게 욕설을 한 A 씨에게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벌금 300만 원과 4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사건은 지난해 4월 있었다. 경기 성남시 태재고개 부근의 8차선 도로에서 한 택시가 갑자기 끼어든 벤츠 차량에 급정거했다. 택시 뒷좌석에는 승객 B 씨와 아들 2명(7살, 6살)이 타고있었다.

벤츠 운전자 A 씨는 경적을 울리며 따라와 택시를 멈춰 세운 뒤 기사에게 달려와 고함을 질렀다. 조금 전 택시가 자신의 차량 앞으로 끼어들었다는 것이다.

A 씨는 “이 XXXX야, 운전 똑바로 해, X같은 놈”이라며 큰소리로 욕설을 했고, 택시기사가 차량 옆 창문에 걸친 A씨의 팔뚝을 밀어내자 “뒤진다, 손 내려”라고 고성을 질렀다.

이 상황을 보던 승객 B 씨는 “뒤에 아이가 있으니 그만 하세요”라고 호소했으나, A 씨는 들은 척도 않고 택시기사에게 “애들 있는데 왜 운전을 X같이 해”라며 욕설을 이어갔다.

왕복 8차선 도로 한복판이어서 택시에서 내릴 수도 없었던 B 씨는 아이들의 귀를 막아주며 폭언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려 애썼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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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발생 다음날 B 씨는 인터넷에 영상과 글을 올려 피해를 호소했다. 작은 아들은 이 사건과 관련된 악몽을 꾸고, 큰 아이는 친구들과 놀면서 “손 내려”라고 가해자의 말을 흉내 내기도 했다고 B 씨는 토로했다.

사건을 조사한 검찰은 A 씨를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운전자폭행) 등을 적용해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사안이 중하다고 보고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재판부는 “A 씨는 택시기사에게 공포심을 느끼게 해 도로교통의 안전을 해쳤고, 피해 어린이들의 정신건강 및 정서적 발달에 해를 끼쳤다”며 유죄 판결했다.

B 씨를 변호한 대한법률구조공단 변호사는 “아동에 대한 직접적인 폭언뿐만 아니라, 아동이 들을 수 있는 장소에서 이뤄진 간접적 폭언도 아동학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공단의 조수아 범죄피해자 전담 변호사는 “제주 카니발 사건에서 보듯이 자녀가 보는 앞에서 부모를 폭행하고 폭언하더라도 아동학대로는 처벌받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이번 판결에 의미를 부여했다.

‘제주 카니발 사건’은 2019년 7월 제주에서 카니발을 몰던 가해자가 차선변경 시비 끝에 피해자 차량을 멈춰 세운 뒤 뒷좌석 아이들(5세, 8세)이 지켜보는 가운데 운전자를 폭행한 사건이다. 가해자는 1심에서 징역 1년 6월, 2심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아동학대죄는 적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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