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감사원, ‘서해 피살’ 박지원-서훈 출석 요구…朴-徐는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29일 14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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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관계기관의 보고 및 업무 처리 과정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감사원이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퇴직한 사건 관계자들에게 출석 조사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감사원의 출석 요구를 받은 관계자 측은 "이미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퇴직한 공무원을 조사하는 것이 적절하냐"며 반발하고 있다. 전 정권에 대한 국가기관의 전방위적인 수사 및 감사가 지나치다는 뜻이다.

2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23일 박 전 원장 측에 전화를 걸어 출석해 조사받을 것을 요구했다. 박 전 원장 측은 출석 거부 의사를 밝히며 서면 조사에는 응할 의향이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비슷한 시기 서 전 실장에게도 출석해달라는 요구가 왔지만 서 전 실장 측 역시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감사원이 23일 박지원 전 원창 측에 보낸 출석답변요구서 내용 일부. 소동기 변호사 제공.
감사원이 23일 박지원 전 원창 측에 보낸 출석답변요구서 내용 일부. 소동기 변호사 제공.
그러자 감사원은 박 전 원장 측에 출석답변요구서를 보내 “출석 요구에 불응할 경우 감사원법 제51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감사원법 제51조는 감사원의 출석 요구에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전 원장 측은 감사원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이미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며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소제기를 당할 염려가 있는 증언을 거부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감사원 조사에 응할 의향이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박 전 원장 측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은 현직 공무원에 한정돼 있으므로 이미 퇴직한 박 전 원장은 조사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감사원은 27일 재차 출석답변요구서를 보내 “감사원법 제50조에 따르면 감사원은 필요한 경우 감사 대상 기관 이외의 자에게도 자료 제출이나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박 전 원장의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출석 요구에 응해달라”고 다시 요구했다.

박 전 원장 측 변호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성실의무 위반은 징계 대상인데, 퇴직 공무원에 대해 징계를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조사”라고 주장했다. 박 전 원장 측은 최종 불출석 의사를 감사원에 전달한 상태다. 서 전 실장 측 변호사도 “이미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에 대한 감사원의 중복 감사는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무리한 출석 요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개인에 대한 감사 목적이 아닌 당시 기관의 업무 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보려는 목적”이라며 “이미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당시 관계자들을 불러 당시 상황을 물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퇴직 공무원을 불러 조사를 한 전례도 다수 있다. 문제가 발견되면 징계를 요구할 수는 없지만 차후 당사자들이 재임용될 경우 인사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결과를 인사혁신처에 통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이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 등 핵심 관계자에게 출석해 진술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감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월 16일 국방부와 해양경찰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의 월북 의사를 단정할만한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수사 결과를 번복하자 감사원은 이튿날 관계기관을 대상으로 감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7월 중순 본격적인 감사에 돌입한 감사원은 최근 국방부와 해양경찰청 등 감사 대상 기관에 대한 조사를 대부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조사에 응한 당시 사건 핵심 관계자들의 입장을 청취한 이후에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종민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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