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썰기 연습 사진 보내라” 조리사 괴롭힌 영양사…인권위 “인격 침해”

  • 뉴시스
  • 입력 2022년 9월 28일 12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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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사가 조리사에게 매일 채썰기 연습하는 사진을 보내게 하고 폭언을 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판단했다.

인권위는 A중학교장에게 지난달 17일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사건 진정인 B씨는 A중학교 조리사다. B씨는 같은 학교 영양사가 조리사에게 지난해 1월부터 약 50일간 주말과 명절을 불문하고 매일 집에서 채썰기 연습하는 사진을 보내게 했다고 인권위에 진술했다.

또 “손가락이 길어서 일을 못 하게 생겼다”, “손이 이렇게 생긴 사람들은 일을 잘 못하고 게으르다” 등의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피진정인 영양사는 채썰기 연습은 안전사고 예방, 조리업무 숙달, 위생관리 측면 등을 고려해 조리사 배려 차원에서 권유했고, 채썰기 연습 사진을 보내도록 한 것은 피해자의 동의 하에 이뤄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인권위는 영양사가 근무 외 시간에 조리사에게 업무 관련 지시를 한 것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킨 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피해자의 휴식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피해자는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우울감과 불안을 호소했고, 진료 결과 스트레스 상황 반복 및 증상 지속으로 업무 수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양사의 부적절한 언행은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해당 영양사가 퇴직했으나, 괴롭힘 재발 방지 차원에서 A중학교장에게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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