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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20초새 검은 연기 덮쳐”…의류 쌓인 아울렛 지하서 불, 7명 참변

입력 2022-09-26 20:50업데이트 2022-09-2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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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지하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2022.9.26. 소방청 제공
“동료 1명과 작업 중이었는데 갑자기 쇠파이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20~30초 만에 검은 연기가 지하주차장을 덮쳤고, 저는 비상계단을 통해 간신히 나왔지만 동료는 결국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30대 하역작업자)

26일 오전 대전 유성구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지하 1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1명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피해자가 많았던 것은 하역장에 의류, 종이 등 가연 물질이 많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도 빠르게 번지고, 유독가스와 연기도 많이 나와 미처 대피하지 못한 이들이 많았다.

● 유독가스 등으로 수색 난항…하청업체 직원 피해 커

불은 이날 오전 7시 45분경 지하 1층 하역장 인근에서 시작됐다. 연기는 순식간에 건물 전체로 퍼졌고, 이를 본 행인이 119에 신고했다. 소방당국은 신고 6분 후 현장에 도착했으며,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오전 7시 58분 인근 2~5개 소방력이 총동원되는 ‘현장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인력 300여 명과 장비 40여 대를 동원한 끝에 오후 1시 10분경 초진이 완료됐지만 그 사이 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희생자 4명은 발화지점 근처와 여자화장실, 휴게실 등에서 발견됐고 3명은 화물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꺼번에 나왔다. 아웃렛 영업 시간 전이라 희생자는 상하차·환경미화·시설관리 등에 종사하는 하청업체나 용역업체 직원들이었다.

소방당국은 지하여서 연기가 배출되지 못한 탓에 희생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특히 하역장에는 의류, 종이 등 가연 물질이 많이 쌓여있어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했음에도 불이 빠르게 번졌고 유독가스도 많이 나왔다고 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검은 연기가 건물의 거의 모든 구멍에서 나오고 있었다”며 “유독가스와 연기 때문에 수색에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소방과 경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27일 오전 합동 감식을 진행해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도 화재 현장에 조사 인력을 파견해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확인 중이다.

● “화재 사실 알리다 대피 못 해”
26일 오전 7시45분께 대전 유성구 용산동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지하에서 화재가 발생해 4명이 사망했다. 소방 구조대원들이 사망자를 구급차로 이송하고 있다. 2022.9.26. 뉴스1
비보를 듣고 장례식장으로 달려온 유족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희생자 채모 씨(33)의 아버지는 이날 오후 3시 40분경 유성병원 장례식장 안치실에서 아들의 신원을 확인한 뒤 “너 왜 거기 있니, 어서 나와라”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오열했다. 다른 희생자가 안치된 대전성모병원과 대전보훈병원에는 빈소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다.

대피를 돕다 정작 본인이 빠져나오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방제실에서 근무하던 박모 씨(41)는 화재를 인지한 후 화재 사실을 건물 관계자에게 알렸고 건물 내 사람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화재 방송 송출 조치 등을 취하다 대피 시기를 놓쳤다. 방재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박 씨는 병원 이송 중 심폐소생술을 통해 자가 호흡이 돌아왔지만 아직 의식은 없는 상태다.

이날 오후 4시경 화재 현장을 찾은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은 “이번 사고에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어떤 책임도 회피하지 않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 6월 점검 때 24건 지적사항
이날 현대백화점그룹 등에 따르면 올 6월 민간업체에 맡겨 진행한 소방점검에서 24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고 한다. 지하 1층 주차장 화재 감지기 전선이 끊어졌거나 상태가 불량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장 주변 화재경보기 경종과 피난 유도등 등도 교체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지적 사항을 모두 개선하고 그 결과를 유성소방서에 전달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하공간 활용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화재 대비를 더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밀폐된 지하공간에서 불완전연소가 이뤄지면서 일산화탄소 등 유독가스가 발생한다”며 “피난경로와 유독가스 확산 경로가 일치해 탈출하면서 연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특성 상 지하 하역장에 박스와 옷 등 가연물질이 다수였던 점을 감안해 화재 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혜진 기자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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