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해도 은행업무 별 탈 없네”…‘유휴인력’ 치부만 드러낸 총파업

  • 뉴스1
  • 입력 2022년 9월 16일 17시 06분


전국금융산업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세종대로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9.16/뉴스1
전국금융산업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세종대로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9.16/뉴스1
임금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을 주장하며 고강도 파업을 예고했던 ‘9·16 금융노조 총파업’이 16일 혼란 없이 끝이 났다.

불경기에 고객 불편을 우려해 파업 불참을 선언한 주요 시중은행과 뜻을 모아 ‘영업점을 지키겠다’며 소신 입장을 낸 은행원들의 결정으로 우려했던 ‘금융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미 은행 업무를 모바일앱 등으로 전환한 고객들도 예전처럼 은행 파업에 당황하는 모습은 없었다.

오히려 서민 ‘안심전환대출’ 출시 시기에 맞물려 강행된 고연봉 노조의 파업은 은행 이미지를 실추시켰고, 파업 인력이 빠진 은행의 경우에도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업무가 별 탈 없이 굴러가 은행권의 ‘유휴 인력’ 치부만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이날 6년만에 강행한 총파업은 큰 혼란 없이 마무리됐다.

금융감독원 집계 결과 17개 은행의 파업 참여자 수는 약 9807명으로, 전체 직원 대비 참여율은 9.4% 수준이었다. 특히 노조의 큰 축인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파업 참여율은 0.8%에 그쳤다.

앞서 농협과 우리은행은 노조 간부 80~100여명 위주로만 파업에 참여하고, 나머지 대부분 직원들은 정상 근무하기로 해 사실상 파업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노조의 대형 사업장인 두 은행의 파업 불참 소식이 전해지자, 노조 본부의 눈치를 보느라 주저하던 다른 은행원들도 영업점을 지키겠다며 소신 입장을 내면서 파업 동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대신 지방 이전과 임금피크제 등 당면한 현안이 있는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직원 수천명이 총파업의 빈자리를 채웠다. 국책은행은 전체 직원의 30~40%가 이번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번 파업이 ‘공기업의 파업’이라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이들 중 비교적 개인고객 접점이 있는 기업은행의 경우에도 상당수 직원이 파업에 참여했지만, 영업점 업무 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비노조 직원들이 지원에 나섰고, 상당수 고객들도 은행 업무를 모바일 앱 등 비대면·디지털로 전환해놨기 때문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총파업에 돌입한 16일 서울의 한 은행 영업점 창구에 파업 관련 고객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금융노조는 임금 인상,근로시간(노동시간) 단축, 점포폐쇄 중단을 요구하며 이날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2.9.16/뉴스1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총파업에 돌입한 16일 서울의 한 은행 영업점 창구에 파업 관련 고객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금융노조는 임금 인상,근로시간(노동시간) 단축, 점포폐쇄 중단을 요구하며 이날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2.9.16/뉴스1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서민들의 고정금리 주담대를 변동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 5부제 접수 첫날인 15일 6대 은행(국민·기업·농협·신한·우리·하나)에 총 1230건의 접수가 몰렸는데, 그중 무려 80%가 비대면으로 신청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인해 일각에선 이번 파업으로 은행권의 ‘유휴 인력’ 문제가 다시 지적되기도 했다. 주요 온라인상의 금융노조 파업관련 게시글엔 ‘은행 파업해도 은행 업무엔 큰 탈이 없는데?’, ‘이참에 파업 걱정 없는 모바일 은행 앱으로 갈아타야겠다’ 등의 댓글이 눈에 띄기도 했다.

한국은행의 ‘2022년 국내은행 인터넷뱅킹 이용현황’ 조사에서 인터넷뱅킹을 통한 입출금·자금이체서비스 이용비중은 77.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창구를 통한 업무처리 비중은 2021년 말 5.8%에서 올 상반기 5.0%로, CD·ATM은 16.0%에서 14.8%로 축소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객을 볼모로 한 총파업은 예전처럼 효과를 내기 어려우며, 그에 따른 반발로 비대면 전환을 더욱 가속화할 뿐”이라며 “오히려 은행권의 많은 영업점과 인력의 필요성에 대해서 의문과 지적이 또다시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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