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넘어 유튜브 찍는 윗집, 소음 항의하니 “업무 방해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4일 11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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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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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인 동시에 ‘유튜브 공화국’이다. 유튜브 채널 수도 많고, 만드는 사람도 많다.

가장 최근 자료인 국세청 2020년 통계에 따르면 스튜디오와 직원 없는 ‘1인 유튜버’가 2019년 2361명에서 2020년 1년 만에 1만9037명으로 8.4배 늘었다. 작년과 올해 역시 증가속도가 수그러들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이 분야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인구 수 대비 수익 창출 유튜버가 한국이 529명당 1명(미국은 666명당 1명, 일본은 815명당 1명)으로 2020년 현재 전 세계 1위라는 통계도 있다.

문제는 1인 방송 제작이 스튜디오, 차고, 창고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바로 아랫집의 천장 위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특히 조용한 환경에서 녹화하기 위해 밤 시간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수록 주변에는 소음이 더 크게 들리기 마련. 이로 인한 층간소음 피해 호소 역시 급증하는 추세다.

<아래 사례는 실제 경험입니다. 층간 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자세한 내용을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심야 유튜브 제작 소음 급증…출퇴근 직장인은 어쩌라고

서울 성북구의 아파트에 3년째 거주하고 있는 30대의 평범한 미혼 회사원입니다.

그동안 ‘층간소음’ 갈등으로 폭행 살인까지 벌어진다는 끔찍한 뉴스를 볼 때마다 남의 이야기인줄 알았습니다. 예민한 사람들이 약간의 소음을 괜히 침소봉대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사 온 지 처음 며칠 혼자 산다는 위층 집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직장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음악을 틀어 놓고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직장 스트레스 풀기 위해 저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이 아니고 매일 밤 10시가 넘어가면 음악소리, 통화하는 소리, 심지어 바닥에 물건을 떨어뜨리는 소리, 발 망치 소리가 계속 들렸습니다.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져 근 1년이 넘어서고 있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물어봤더니 위층 주인이 유튜버로 매일 밤 집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촬영도 좋지만 조용히 좀 해달라”고 관리 사무소를 통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주의하겠다”는 답변뿐 도대체 나아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작업 특성상 밤에 촬영해야 하는데 자꾸 민원을 넣으면 업무에 방해가 된다”며 관리 사무소를 통해 저에게 항의가 들어왔습니다. 누가 봐도 적반하장인데, 관리 사무소에서는 아래윗집 모두가 주민이라 그런지 “서로 이해해 하며 지낼 수 없느냐”며 곤란해 합니다.

생업 문제라 이해하고 싶어도 저 역시 출퇴근이 생업입니다. 퇴근 후에는 집에서 쉬고 잠도 제대로 자야 다음 날 일을 합니다. 이제는 위층 소음이 거슬려 집에 들어가기가 겁이 납니다. 위층만 생각하면 혈압이 오릅니다. 이제 언론에 층간소음 사건 사고가 보도되면 층간소음 피해자의 심정을 100% 이해하게 됐습니다. ‘잘못하다가는 나도 큰 사고 칠 수 있겠다’ 싶어 스스로가 겁이 납니다.

작은 집이나마 힘들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고 이 집에서 결혼까지 생각했는데 이제는 층간소음에 하루하루가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가해자는 위층인데 내가 돈 들여 이사를 가야하나요? 어떻게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나요?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해법
유튜브나 개인방송 제작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생업문제라면서 쉽게 양보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단계별 해법을 제시해봅니다.

1단계로는 어떤 소리가, 어느 시간대에 들리는 지 구체적인 내용을 관리소나 층간소음관리위원회에 알립니다. 수면시간에는 촬영을 피하고 촬영하는 공간에 매트 설치와 방음시설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요청합니다. 직접 인터폰을 하거나 대면 대화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감정이 격해지기 쉽습니다.

2단계, 그래도 소음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해당 유튜브 채널에 상황 등을 기재하여 주의를 당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심한 욕설보다는 피해 상황을 차분히 밝혀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게 좋습니다.

3단계, 그래도 개선이 안 될 수 있습니다. 그 때는 참고 살 수 만은 없습니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경찰관이 층간소음의 피해를 알려주고, 주의를 주는 것만으로도 일정 부분의 효과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경범죄 처벌도 가능합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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