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딩동’ 아랫집에 스트레스…집 들어가기 두려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30일 11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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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이렇게 풀자]

‘앞에 살던 사람들과는 큰 갈등이 없었다는데…’ ‘다른 식구들은 괜찮다는데…’ ‘내가 너무 민감한 것 아닌가?’

층간소음 갈등을 겪어본 혹은 겪고 있는 사람들이 한번쯤 해보는 고민이다. 이제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전 국민의 64%가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 경험이 있다고 한다. 국토교통부가 이달 18일 발표한 ‘층간소음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사전에 전국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이 쯤 되면 층간소음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국민적 스트레스다.

층간소음의 원인으로 △발소리가 63%로 가장 많았으며 △가구 끄는 소리 17% △전자기기 소음 10% △기타 9%의 순이었다.

국토부가 소음 바닥매트를 설치하는 가구에 최대 300만원을 융자 지원하고, 층간소음 우수시공 업체에게는 인센티브를 준다고 한다. 나름 층간소음 저감을 위해 관심과 성의를 보이고 있지만 들이는 비용만큼의 실질적 효과가 나올 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동안 여러 정부 대책들이 나왔지만 갈등은 갈수록 커져왔기 때문이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보이듯이 윗집이 소음발생원 및 가해자, 아랫집이 피해자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갈등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윗집이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지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아래 사례는 실제 경험입니다. 층간 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자세한 내용을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걸핏하면 ‘딩 동! 딩 동!’ 아랫집 항의 초인종에 윗집도 스트레스
경기도 일산 아파트에서는 사는 30대 입니다. 직장 때문에 지역을 옮겨 이사한 지 8개월 됐습니다.

전에 살던 곳은 대학가였고 새로 이사 온 곳은 베드타운이라 동네 분위기가 조용한 편이어서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층간소음 항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사 온 첫날 한창 짐을 옮기는데 아랫집 아주머니가 올라왔습니다. “이사 중인 건 알지만 조용히 해달라”고 했습니다. 이사를 미리 알리지 않아 화가 난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미안하고 조용히 옮기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뒤로도 이틀에 한번 꼴로 올라와서 문을 두드리는 겁니다. ‘소음에 예민한 분인가 보다, 내가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또 다시 정중히 사과도 하고 가구 커버도 새 걸로 바꾸고 슬리퍼도 장만해 신고 다녔습니다. 그래도 항의 방문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움직임이 많지 않은 사람입니다. 아랫집 아주머니가 “설거지 소리가 들린다”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시끄럽다”고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생활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날 수밖에 없는 소리이지 않나 싶습니다.

알고 보니 아랫집 아주머니는 단지에서 이미 층간소음 항의로 유명한 사람이었습니다. 너무 힘들어 아파트 관리소에 중재 요청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전에 살던 사람이 이사를 나간 것도 아랫집 아주머니가 하루에도 두 세 차례씩 인터폰을 하거나 항의 방문을 해서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이렇게 거주자가 바뀐 게 그 아주머니가 이사 들어온 5년 사이 벌써 세 번째라고 합니다.

관리소에서는 “항의 방문을 자제하고 민원은 관리소를 통해 전달해달라”고 요청하자 아랫집 아주머니는 “관리소가 층간소음 가해자의 편만 든다, 관리소를 고소하겠다”며 화를 내 더 이상 중재하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아랫집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리거나 초인종을 눌러도 대응하지 않고 있지만 문 두드리는 소리만 들어도 마음이 불안하고 심장이 빨리 뜁니다.

집에 들어가기 두려워서 회사 근처 호텔에서 자고 출근한지도 여러 번입니다. 아직 계약기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이사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해법
층간소음 갈등이 폭행, 살인 등 극단적 사태로 치닫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이는 소음문제가 감정문제로 확대되기 때문입니다. 위 사례도 감정문제로 확대될 여지가 많은 상황입니다. 상당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단계별 대처방안을 제시해보겠습니다.

1단계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아랫집에게 최근 1개월 이내의 소음원과 발생 위치, 시간대를 알려달라고 요청하십시오.

2단계로는 요청 사항을 바탕으로 소음 저감 성의를 보이고, 알리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매트 설치, 출퇴근 시간과 집에서 활동이 많은 시간 등을 예측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것입니다. 급배수 소음 등 고치기 어려운 사항은 관리소를 통해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3단계, 그래도 아랫집에서 수긍하지 않고 계속 항의를 해온다면 전문가 혹은 전문기관을 추천받아 상담 혹은 중재 요청을 하십시오. 그래도 항의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 때는 객관적 증거를 수집해 ‘통상의 범위를 벗어나는 항의로 우리가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취지로 위자료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당당하게 아랫집에 알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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